사우디는 유가 하락으로 자국 경제의 핵심인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 주가가 폭락하자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풀이했다.
사우디는 전날 다음 달 산유량을 종전의 하루 약 97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리고 필요하다면 1200만 배럴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슬람권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이다. 이에 사우디 타다울증시가 이날 문을 연 가운데 아람코 주가는 개장하자마자 추락하기 시작해 결국 전 거래일 대비 9.1% 폭락한 주당 30리얄로 마감했다. 아람코 주가가 지난해 12월 상장 당시 기업공개(IPO) 공모가인 32리얄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아람코 주가 급락으로 사우디 정부는 물론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다. 아람코 IPO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정책 근간을 이루고 있다. 경제와 사회개혁 재원을 마련하고자 아람코를 증시에 상장한 것이다.
당초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람코의 국내 증시 상장 성공을 지렛대 삼아 올해 그동안 염원했던 해외 상장을 실현하려 했으나 유가 하락에 따른 아람코 주가 부양 실패로 계획이 물 건너가게 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람코 기업가치가 2조 달러(약 2406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아람코 가치가 서구 석유회사에 비해 너무 높게 매겨졌다고 봤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IPO 당시 아람코 가치는 1조7000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러나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이 수준을 지키기도 불확실해졌다.
게다가 아람코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면 사우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질 우려도 있다. 사우디 정부가 IPO에 적극 참여하라고 압박해 아람코 주식을 매입한 현지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평가손실을 안게 됐기 때문.
이에 사우디 정부는 이날 살만 국왕이 공무를 보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건강 우려를 불식했다. 영국 가디언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체포된 왕족들에게 자신에 대한 충성 맹세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트위터로 충성을 맹세했다고 전했다. 충성 맹세를 한 친족들은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