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올해 7월 개막 예정이었던 일본 도쿄하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올림픽 마케팅에 거액을 베팅했던 글로벌 스폰서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고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22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도쿄올림픽 취소는 배제하지만 다른 옵션들을 검토, 4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히고 나서 올림픽 연기론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IOC의 발표가 있자마자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가 일제히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지 않으면 불참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이 실현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연기로 기울었다. 아베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밤 전화로 올림픽 연기와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림픽 최대 중계권을 보유한 미국 NBC방송도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이 나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연기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거의 사라졌다. NBC 산하에서 올림픽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는 NBC스포츠는 전날 성명에서 “IOC와 일본 정부,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어떤 결론을 내든지 우리는 그 결정에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NBC가 지불하는 고액의 방영권료는 IOC의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여서 IOC 결정에 대한 NBC의 발언권은 크다. NBC 입장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 올림픽은 주요 수입원으로, 이미 도쿄올림픽 관련 광고의 90%가 판매됐다.
그러나 NBC는 이미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설령 취소되더라도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도쿄올림픽에 공을 들여온 대형 스폰서들이다. IOC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총 80개사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미국 코카콜라,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들과 도요타, 파나소닉 등 쟁쟁한 46곳 일본 현지 파트너들이 스폰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겉으로는 상황을 관망하면서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코카콜라는 전날 성명에서 “IOC,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안전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인텔도 “IOC의 결정이 어떤 것일지 가정하지 않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과 그 가족, 고객과 올림픽에 관련된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7월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도쿄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던 이들 스폰서는 계획 자체가 완전히 어그러져 속내는 쓰라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IOC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참여를 통한 로컬 스폰서십 수입은 30억 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대 금액인 것은 물론 이전 올림픽들의 3배 수준이다. 해외 기업들도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코카콜라는 중국 분유업체 멍뉴와 함께 지난해 2021~2032년 열릴 6개 동·하계 올림픽에 대해 총 30억 달러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홍보 차원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올림픽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