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전 세계가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이 기회를 활용해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추가 금융시장 부양 조치를 발표한 이후 글로벌 투자등급 기업들이 높은 차입 비용을 감수하고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딜로직은 최근 보고서에서 “3월 한 달간 투자등급 기업 회사채 발행이 2440억 달러(약 299조700억 원)로 급증했다”면서 “작년 9월 2520억 달러를 찍은 이후 월별 기준 최고치”라고 분석했다. 신규 회사채 발행을 주도한 것은 미국 기업들로 15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유럽 기업들은 280억 달러였다.
이 같은 회사채 발행 러시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전 세계 정부와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무제한 양적 완화 조치에 나서면서 탄력을 받았다. 연준은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기존의 7000억 달러에서 무한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회사채도 필요한 만큼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강조했다.
달러가 흘러 들어오자 기업들이 신용도 하락으로 차입 비용이 늘어났음에도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ICE데이터서비시스가 운영하는 투자등급 채권지수 평균 수익률은 이달 초 2.26%에서 3.9%로 뛰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만일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 국채 수익률을 약간 상회하는 0.9% 금리에 5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지난주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자회사는 11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국채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2.85% 금리에 판매했다.
토마스 룬드퀴스트 씨티그룹 회사채 시장 전문가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유동성을 높이고 있음에도 디폴트 우려가 여전히 경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0년간 낮은 차입 비용에도 불구하고 약 90억 달러 회사채가 상환 불능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디폴트율이 6.5%까지 오를 수 있고, 경기침체 심화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18.3%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