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최근 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전기차 시장의 판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격히 기름값이 하락하며 내연기관차의 유지 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제성이라는 전기차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반감되고 있는 동시에,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친환경 정책을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변화가 단기적인 악재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교보증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일렉트릭’과 디젤차 ‘코나 1.6 디젤’의 1㎞당 충전·주유비용 비교한 결과 디젤차 대비 전기차의 연비 절감율은 기존 -65.9%에서 유가가 20% 급락한 이달 기준으로는 -57.7%로 계산됐다. 전기차와 디젤차의 연비 절감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만약 유가가 그대로 유지되고 전기요금이 40% 인상된다면 그 격차는 -40.7%로 줄어든다. 전기요금이 100% 인상되고 유가가 45%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오히려 디젤차가 전기차에 비해 연비를 더욱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도 적신호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19로 인해 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 급락하며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 정책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이달 1일부터 자동차 제조업체의 연비 수준을 2025년까지 ℓ당 23.2㎞에서 2026년까지 17.2km로 낮추며 배출가스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유럽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ACEA), 유럽자동차부품공업협회, 유럽딜러협회 등 3개 단체는 지난 4일 유럽연합(EU)에 자동차 CO2 배출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내연기관차를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렸지만, 배터리 업체들은 이를 단기적인 악재로 여기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전기차 시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순리라며, 단기적으로 환경 규제를 완화할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도 기존 전기차 사업 포트폴리오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23만 대에서 2025년 862만 대로 28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은 제조단가 하락 등으로 내연기관차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이유로 꼽았다.
전기차 제조단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지난 2010년 Kwh당 1000달러에서 2016년 273달러로 낮아졌으며, 2026년에는 1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전기차 시장의 충격은 단기적일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라 전기차는 대세로 떠올랐으며, 충전비용을 떠나서도 전기차 자체도 배터리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이 시장의 성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