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주요국 모두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는 최소 마이너스 10%가 넘는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2분기 및 연간 성장 전망에 비하면 양반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수출이 최근 전년에 비해 20% 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올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가 3%가 넘는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급격한 실물경제 위축을 잘 보여준다. 올 2월 3.5%, 3월 4.4%였던 실업률이 4월에 14.7%로 치솟았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구직 포기자들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난의 실제 규모는 더 크다.
주식은 3월 초 급락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미국 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며 다우존스 주가 지수는 2월 20일 2만9000을 넘어 정점을 찍고 한 달 사이에 1만8000 중반까지 급락했다. 그 후 꾸준히 오르며 현재 2만4000에 근접해 있다. 우리의 코스피 주가지수도 2월 중순 고점에 비해 약 800포인트 하락해 3월 중순에 저점(1457)을 찍은 후 최근 1900선을 회복했다.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파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이다.
긴 흐름으로 보면 경제 상황과 주가는 동행한다. 즉 경기가 좋아야 주가가 반영하는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두 가지가 제 갈 길을 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주식 수요를 뒷받침하는 것은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인 것에 비해 경제 상황이 엄중한 것이 현재의 ‘사실’이다. 워낙 급하게 경제활동이 얼어붙어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통계 수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주식시장이 경제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면 경제활동 정상화도 빨라질 텐데, 관련 정보를 먼저 알고 있으면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현재 세계적 초미의 관심사이어서 관련 새 소식은 더 이상 사적인 정보 영역이 아니다.
주식시장 호조는 주식 투자자들이 향후 기업의 사정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이 비상 대응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중앙은행의 회사채 매입 등의 적극적 조치로 기업 부실화를 막고 나서자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안전한 투자처로 판단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락했던 주가가 유동성 공급과 함께 크게 올랐던 것의 학습효과가 컸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고 나간 대기업 주식을 국내의 소위 ‘동학개미’ 투자자들이 매입했다. 이에 감독당국이 경고하고 나섰다.
금은 화폐에 비해 물가가 올라도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보통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는 수요가 늘고 금값이 오른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화폐를 가지고 있어도 값이 떨어진 물건을 더 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금과 같은 대체수단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지난 몇 달간 금값이 크게 오른 것은 기현상이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는 것은 올 초 시작된 원유가 하락이다. 산유국 간 갈등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세계경제의 악화로 원유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물경제가 부진하니 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여건이다.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주요 자산 가격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동성 공급과 기업 부실화를 막는 정부의 비상조치에 기인한다. 유동성 쏠림에 따른 금융시장의 급변동이 항상 가능하기에 정책당국이나 투자자들도 유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