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통화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기업을 중심으로 현금을 쟁여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기성자금인 요구불예금 증가율은 역대최대치를 경신했고, 현금인 본원통화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풀려, 돈의 유통속도를 의미하는 통화승수는 역대최저치를 기록했다.
본원통화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화폐발행 독점권을 통해 공급한 통화로 화폐발행액과 예금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포함하며, M2는 M1에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 금전신탁 등을 포함한다. M2까지는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어 통상 현금성 통화로 불린다.
상품별로 보면 현금통화는 3.0% 늘어 2009년 7월(5.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요구불예금도 4.7% 급증해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도 2.6% 증가해 2009년 4월(2.9%)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MMF는 12.8% 급감했다. 이는 2018년 12월(-13.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돈이 시중에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전월 15.83배에서 15.25배로 급감했다. 이는 두 달 만에 역대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한편,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보면 M1은 14.6% 증가해 2016년 6월(15.9%) 이후, M2는 8.4% 늘어 2015년 10월(8.8%) 이후 각각 최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기관유동성(Lf)은 8.3%, 광의유동성(L)은 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방중권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업을 중심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에 자금을 많이 유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채 등 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유동성 확보에 나선 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금융 지원도 영향을 미쳤다”며 “본원통화도 많이 풀려 통화승수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