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빌린 자금 규모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적극적 재정과 납기연장 등 세정지원에 나선 때문이다. 들어오는 수입인 세입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 반면, 나가야 할 돈인 세출은 예정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정부 통합계정과 양곡관리특별회계,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포함한 정부의 한은대출금 규모는 3월 말 기준 14조91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9월 15조6172억 원 이후 최고치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세입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 데다 코로나19로 적극적인 재정집행 노력과 납기연장 등 세정지원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세입이 예년만큼 따라주지 못했지만 세출은 계획대로 해야 하니 일시적으로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월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법인세와 부가세가 납부된 4월엔 한은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갚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적극재정을 위해 단기차입 성격인 재정증권 발행도 늘리는 중이다. 실제, 올 들어 현재까지 재정증권 발행규모는 총 23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작년 한 해 규모 48조7080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각각 11조7000억 원과 12조2000억 원에 달하는 1·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3차 추경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매년 국회 승인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통해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금 한도를 부여받고 있다. 올해 한도는 총 40조 원으로, 부문별로는 통합계정 30조 원, 양곡관리 2조 원, 공공자금 8조 원이다. 특히, 통합계정은 2013년 전년 대비 10조 원 증액된 30조 원으로 결정된 이래 8년째 같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이 시중은행으로부터 개설한 마이너스통장의 최대한도와 같은 개념으로, 한도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