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희망으로 일본 제약업계에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 스위스 로슈 자회사인 주가이제약(中外製藥)이 시가총액 기준 일본 최대 제약업체로 발돋움한 것은 물론 도쿄증시 전체 시총 순위에서 소니와 6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8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공장자동화 종합 메이커인 키엔스가 이달 초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을 제치고 시총 기준 일본 2위 기업으로 부상한 데 이은 두 번째 지각변동이다.
키엔스 주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15% 상승했으며 최근 3개월간 상승 폭은 약 39%에 달했다. 키엔스 시총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종가 기준으로 11조2000억 엔(약 123조 원)에 달해 10조8000억 엔인 소프트뱅크를 가뿐히 웃돌면서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공장자동화를 진행하면서 키엔스의 주력 제품인 센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키엔스의 약진을 이끌었다.
주가이제약의 돌풍은 키엔스를 능가한다. 주가이제약은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주가 상승률이 약 60%로, 닛케이225지수 종목 가운데 1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기세에 지난 2월 말 다케다약품공업을 제치고 시총 기준 일본 최대 제약업체로 올라섰고, 현재 소니와 전체 순위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주가이는 지난 3일 소니를 잠시 추월하기도 했다. 현재 양사의 시총 차이는 1000억 엔에 불과하다. 주가이 지분의 약 60%는 스위스 로슈가 보유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제인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의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주가이가 4월 말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 급증했다. 주가이는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2%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주가이에는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악템라(Actemra)’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이 주가이에 주목하고 있다. 후지필름홀딩스 산하 기업이 생산하는 ‘아비간’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았지만 5월 승인이 무산돼 후지필름 주가는 주춤하고 시장의 관심이 주가이로 옮겨간 것이다. 주가이는 지난달 25일 임상시험 3상을 위한 환자 모집에 착수했다.
아울러 로슈의 티센트릭(Tecentriq)과 아바스틴(Avastin) 병용 요법이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간암 치료법 승인을 받은 것도 주가이에 호재로 작용했다. 암 치료제는 주가이 전체 매출의 절반 비중을 차지한다.
도카이도쿄리서치센터의 다카시 아카바네 애널리스트는 “주가이는 뛰어난 실적은 물론 암과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가 계속 나와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며 “높은 주가에 대한 경계심이 있지만 암 치료제가 진전되면 실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어 주가가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