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네 포차’ 등에 꼬막살을 납품하는 어업전문기업 여수새고막의 스팩 합병 상장이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 문턱에서 좌절됐다. 산업 성장성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면서 상장 재추진도 불투명해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열린 교보9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이하 교보9호스팩)와 어업회사법인 여수새고막의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으로 최종 확정했다. 교보9호스팩은 19일 해당 사실을 알리며, 여수새고막과 협의 아래 합병계약을 해지하고 전면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여수새고막이 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받지 못한 공식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장 후 산업 성장성, 사업 지속성 등 질적 요건에서 심사위원회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새고막의 매출 지속성 자체를 문제 삼았기에 재상장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통상 상장과정에서 질적 요건은 △영업, 재무상황, 기술력 및 성장성, 그 밖에 경영환경 등에 비추어 ‘기업의 계속성’이 인정될 것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 공시체제,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상장 전 주식거래 등에 비추어 경영 투명성 및 경영 안정성이 인정될 것 △투자자 보호 및 코스닥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것 등을 포함한다.
특히 여수새고막은 기업 성장성 부문인 △시장 규모, 성장성, 진입장벽, 전방산업 분석을 통해 산업의 성장 가능성 파악 △제품판매실적, 기업의 영업환경, 사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매출 지속성 파악 여부 등에서 박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새고막은 유명 음식점에 꼬막 한 가지 수산물을 납품하는 사업을 내세워 스팩 합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여수새고막을 이끄는 최관수 대표이사가 교보증권에서 직장생활을 마친 증권맨 출신으로, 교보9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진행하면서 친정에서 제대로 힘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관수 대표이사는 “거래소 측의 미승인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으며, 특정 수산물 판매로 상장을 시도하는 첫 사례여서 산업적 부분을 판단하는 데 간극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재상장 추진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병 좌절로 기업공개(IPO)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다고 평가되는 스팩 합병 상장에 대해서도 시장의 인식이 다소 바뀔 전망이다. 스팩 합병은 공모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아 증시 입성에 대한 부담감이 낮은 편으로 해석됐다. 여수새고막의 한 해 매출액,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증시 입성을 가늠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합병은 일반 신규상장과 심사요건이 동일하며, 요건 기준 자체가 낮거나 높지 않다”면서도 “상장 관련 형식적 요건은 이미 갖춰 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질적 요건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적합한 사유가 없다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