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동 의사와 관계없이 아동학대 피해자와 가해 부모를 분리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피해아동들이 ‘가스라이팅’(정서적 학대) 등으로 가해 부모가 무서워 분리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또 신고되지 않아도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현장이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번 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최근 창녕, 천안 등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른 후 발의된 법안들이 처벌 수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법안은 시의적절한 조치와 사후 관리 강화가 골자다.
법안 내용은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아동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해 아동을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경찰이나 전담 공무원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 명시됐다. 현행법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해 아동이 가해 부모에 동조하고 감화되는 ‘스톡홀름 증후군’ 현상과 폭력을 훈육으로 인식해 강요하는 ‘가스라이팅’ 등으로 분리 조치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아동학대 현장에 대한 경찰의 출입조사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신고되지 않아도 경찰이 관련 현장에 출입해 사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가정폭력방지법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신고된 현장 또는 사건 조사를 위한 관련 장소에 경찰이 출입해 관계인에 대한 조사나 질문을 할수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아동학대 처벌법에도 포함했다.
또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임시조치 시 ‘접근 금지’를 특정 장소가 아닌 특정 사람 중심으로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거, 학교, 또는 보호 시설 등 법상 규정된 장소가 아닌 피해 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처분 등이 불이행되면 과태료를 물지만, 2차 피해를 우려해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등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법에 명시했다.
아동학대 대부분은 ‘원가정 보호 조치’가 대다수라 폭력ㆍ학대 재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계속 지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도 평소보다 8.3% 늘었다고 김 의원실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아동학대 건수는 해마다 늘어 2019년 3만 건을 넘어섰고, 결국 사망으로 드러난 것만 43명”이라며 “심각한 것은 피해 아동과 가해 부모와의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학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가해자와의 분리조치 강화 및 현장 출동한 경찰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학대아동피해쉼터를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