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사시미 아니죠, 생선회!

입력 2020-07-13 17:31 수정 2020-07-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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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이모, 오늘 사시미 어떤 게 좋아요?” “도다리가 싱싱한데 세꼬시로 해드릴게요.” “좋죠! 아나고 세꼬시도 좀 주고요, 오도리도 몇 마리 잡아 주세요.”

생선회를 좋아해서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횟집을 찾는다. 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횟집 입구에서 한 손님이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본어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단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횟집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일본어 표현들도 상당하다.

싱싱한 생선 살을 얇게 저며서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을 일컫는 사시미(さしみ)는 일본어다. 비표준어이므로 ‘생선회’로 써야 맞다. 아나고(あなご), 오도리(オドリ) 또한 일본어다. 각각 ‘붕장어’, ‘보리새우(생새우)’라고 해야 맞다. 세꼬시 역시 일본어 세고시(せごし)가 어원으로, ‘살아 있는 생선을 뼈째 잘게 썰어 놓은 회’를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순화어로 ‘뼈째생선’을 제안하고 있다.

일식집이나 횟집 등에서 주 음식이 나오기 전에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내어놓는 음식이나 술안주를 일컫는 스끼다시(つきだし)도 일본어다. 이의 순화어는 ‘곁들이 안주’ ‘곁들이 찬’이다. 그 외에도 일본어 표현이 많다. 스시(すし)는 ‘생선초밥’, 지리는 ‘맑은탕’으로 쓰는 것이 옳다. 서덜(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나머지 부분인 뼈, 대가리, 껍질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채소를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끓여낸 찌개가 매운탕인데,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게 끓인 것이 지리(지리탕)다. 그런데 지리는 일본의 냄비 요리 중 하나인 ‘지리(ちり)’에서 유래한 말이므로 순화어 ‘맑은탕’으로 쓰는 게 맞다.

다대기 역시 다다끼(たたき)가 어원으로 일상에서 널리 쓰여 사전에 등재돼 있지만, 이 또한 일본어 투 식생활 용어로 ‘다짐’ 또는 ‘다진 양념’으로 순화하는 것이 적절하다. 와사비(わさび)도 일본어로, ‘고추냉이’의 비표준어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처럼 수산물 관련 용어에 일본어가 유독 많은 이유를 전문가들은 일제 강점기 영향과 수산업법에서 찾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산업법은 1953년 제정한 것으로 당시 일본의 ‘신어업법’을 모방해 만든 것이다. 수산물 관련 용어에 일본어가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어를 쓸 필요는 없겠다. 오늘부터 수산물에도 바른 우리말, 순화어를 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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