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乙들의 전쟁] ‘정규직화 역습’… 인건비 30% 상승·영업익 20조 급감

입력 2020-07-16 05:00 수정 2020-07-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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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7-15 18:56)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공공기관 5년간 경영지표 분석해보니, 3만923명 정규직으로…지난해 인건비, 영업익의 2.6배

정규직화 상위 50개 기업 중 28곳 영업손실…24곳 '만성적자'

1인당 매출액 3.8%씩 뒷걸음…“비용증가 결국 국민부담”

지난 5년간 전체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이 악화된 원인도 크지만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현 정부가 강하게 추진 중인 정책방향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실제 전체 공공기관이 소속 비정규직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정규직 채용을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은 많이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분의 1로 감소했다.

이투데이는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 자료를 토대로 전체 공공기관의 2015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경영지표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전체 363개 공공기관 가운데 본부소속 336개 기관이다. 부설기관 23개, 기금 등 회계기준이 상이한 3개 기관, 안보상의 이유로 경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국방과학연구소 등 27개 기관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5년간 인건비 지출 30.7% 수직상승…영업이익은 3분의 1로 급감= 이들 공공기관에서는 지난 5년간 종 3만923명의 비정규직 소속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전환이 활발해지면서 비정규직 인원은 2015년 4만1268명에서 지난해 말 2만4435명으로 많이 감소했다. 이는 해당 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는 본사 소속 인력만 계산한 수치다. 용역, 사내하도급, 파견 , 자회사 임직원 등 소속 외 인력을 합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의 인건비는 급격히 상승했다. 2015년 20조1501억 원이었던 인건비는 지난해 26조3432억 원으로 치솟았다. 4년간 30.7%(6조1931억 원) 증가한 수치다. 인건비가 이처럼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그만큼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이들 기관의 본사 소속 정규직 인원은 9만6000명가량 많아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신규채용이 대폭 늘어나는 등의 영향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 1인당 매출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3.8%씩 감소했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되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건비가 증가하는 동안 이들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2015년 30조8389억 원이었던 336개 기관의 영업이익은 △2016년 29조1701억 원 △2017년 21조1973억 원 △2018년 11조9846억 원을 거쳐 지난해 10조7797억 원까지 급격히 줄었다. 연평균 마이너스(-) 23.1%씩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액수는 2015년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인건비가 영업이익보다 많아졌다는 점이다. 2015년만 해도 공공기관의 영업이익은 인건비 지출을 10조 원가량 웃돌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영업이익과 인건비 지출금액이 역전되기 시작, 2019년에는 인건비가 영업이익의 2.6배에 달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의 2~3배에 달하는 돈이 월급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규직화 상위 50곳 중 28곳이 영업손실…24곳은 ‘만성 적자’= 인건비 부담이 늘고 경영실적이 나빠지는 추세는 개별 기관의 경영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본사 비정규직 전환실적 상위 50개 기관을 따로 떼어 분석한 결과 이 중 24개 기관은 2015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며, 절반이 넘는 28개 기관은 지난해 기준 적자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비정규직 정규화 실적이 1933건으로 가장 많은 한국마사회의 경우 2015년 2382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9년에는 1204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인건비 증가율은 17.4%,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마이너스(-) 1.3%였다. 1723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보훈복지의료공단의 인건비 상승률은 42.7%에 달했다. 이 기관은 지난 5년간 2016년을 제외한 4개연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였으며, 지난해에도 195억87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 전환실적이 높은 △강원랜드(-942억4700만 원) △국민연금공단(-377억9500만 원) △근로복지공단(-424억5400만 원) △우체국물류지원단(-112억7500만 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141억7500만 원) △한국수자원공사(208억6800만 원) △한국국토정보공사(-295억7700만 원) △한국농어촌공사(-748억4900만 원) 등 기관의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감소했다.

정규직 전환 상위기관 중에는 지난 5년간 흑자를 한 번도 내지 못한 ‘만성적자’ 기관도 11곳에 달했다. 주로 의료기관(강원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이 많았지만 국립공원공단,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의료기관이 아닌 곳도 다수 있었다.

◇“공공기관 경영비용 증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인건비 상승과 경영악화 추세가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건비 비중이 이렇게 늘어나게 되면 경영 부담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정규직 고용은 경직성 지출인 만큼 앞으로 부담해야 할 돈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급격한 인건비 부담 상승이 결국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은 그나마 공공기관이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지만, 가만히 둔다면 결국 공기업 이익이 모두 잠식돼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진지한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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