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세청이 징수와 함께 세무행정의 양대축인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를 선언한 것과 관련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29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정기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겠다"며"조사착수 통지를 받은 납세자가 세무조사 연기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연기해 주고 진행 중인 조사는 빠른 기간내에 종결하고, 고지세액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징수를 유예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해 온 세무조사의 유예 선언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표방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연매출 5000억원 미만의 대기업에게도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어가 보면 조사 인력 축소와 국세청이 지방청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어 복잡한 세무조사 작업을 강도높게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로 파악된다.
2006년부터 세무조사 건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05년 약 2만6000건이던 세무조사 건수가 2006년에는 2만3000건으로 줄었고 2007년에는 2만건 수준으로 전년대비 23%나 줄었다.
국세청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몇해동안 종합부동산세 징수 등 정책 방향에 따라 전체 인원은 늘어났음에도 세무조사 인력은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인원은 2003년말 1만6828명에서 2007년말 현재 2만21명으로 3193명(19%)이 늘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현정부가 들어선 올해 인원은 지난해말보다 22명이 준 1만9999명이다.
인원 증가와 세무조사 인력의 축소의 근본이유는 종부세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5년 종부세 도입에 따라 국세청 인원은 231명이 늘어났고 본청에는 종합부동산세과 신설됐다. 2006년에는 종부세 과세대상 확대에 따라 251명이 증원됐다.
종부세가 지방세와 밀접한 연관에 따라 2005~2006년 국세청의 지방청별 재산세제 분야 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방청 총인원은 1093명에서 2284명으로 109% 증가했다.
그러나 2005~2006년 지방청별 세무조사 인원은 전체 4364명에서 4049명으로 7.2% 감소했다. 서울청 조사 인원도 1641명에서 1510명으로 중부청은 1049명에서 951명으로 각각 8.7%, 9.3%가 감소했다.
2006년 국세청 국정감사 업무보고자료에는 지방청과 세무서의 조사조직을 672명 줄여 종합부동산세 등의 신고·납부 편의제고를 위해 재배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국세청은 종부세 징수와 관련해 인력을 증원하고 재배치를 한 사이 세무조사 인원은 줄였다는 얘기다.
또 한가지 이유는 국세청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개혁방향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무조사를 강화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 개혁방안에 따르면 우선 지방국세청 조직(현재 6개)을 전면 폐지하고, 권역별로 광역세무소를 두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방청의 세무조사 기능이 본청으로 통합되며 조사방식도 대면이 아닌 서면조사가 원칙으로 변경된다. 국세청 업무감시를 위해 별도 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에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2006년부터는 선택과 집중에 따라 양보다는 질을 높이자는 내부방침에 따라 악질적인 조세사범에 대한 세무조사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와 환율상승 등 자금조달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세무조사는 기업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 금융시장이 안정이 될 때까지 세무조사 전면 유예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