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특위 "금감원 발표는 기존 재탕…돈 흐름 규명돼야"
60개 투자처에 3000억 흘러가…NH투자증권 지원안 보류
검찰의 전 청와대 행정관 소환, 금융감독원의 조사 발표 등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전문성과 수사 의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조사 내용을 발표한 금감원의 태도 등이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도 높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최근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이모(36) 변호사를 소환 조사했다. 이 변호사는 윤석호(43) 옵티머스 이사의 부인으로, 지난해 3월부터 7개월간 옵티머스 계열사인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로 일했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옵티머스 사태가 벌어지자 사임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를 상대로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여도, 금융당국 관리·감독 노력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비롯한 변호사 임원, 투자금을 받은 대부업체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진 만큼, 이번 수사가 정관계 로비 규명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특위)는 검찰이 여전히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제기했다.
특위 소속 김웅 의원은 “옵티머스와 관련된 조합이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할 것”이라며 “정말 진상 규명이 돼야 하는 부분은 이들이 어떤 회사들인지, 돈은 어떤 방식과 경로로 움직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많은 것들을 밝혀내기에는 수사팀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전문성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중간 검사 결과도 “기존 내용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옵티머스는 투자 제안서에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기재했으나 공공기관 매출 채권 투자는 전무했다”면서 “대신 옵티머스 임원 등이 관련된 기업의 사모사채를 편입, 복잡한 자금 이체 과정을 거쳐 부동산,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은 약 60여 개 투자처에 3000억 원 내외로 흘러 들어갔지만, 정확한 내용은 자산실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면서 “자금 일부는 김재현 대표 개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입금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웅 의원은 “금감원이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지 불과 1~2개월 만에 환매 중단사태가 벌어지자, 부랴부랴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핵심 내용은 다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옵티머스 피투자 회사 중 문제가 많은 회사는 어디인지, 그 문제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밝히는 게 중요한데, 금감원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사모펀드 가입고객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을 위한 선지원 안건 결정을 보류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 좀 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해 보류한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보류 결정이 금융감독원의 중간 검사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금감원은 중간 검사 결과, 옵티머스 펀드의 잔여 자산에 대해 일부 손실 금액을 확인했고 회수 금액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정확한 손실 규모는 현재 진행 중인 실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 실사는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보류 결정이 알려지자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속앓이 중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70% 수준의 선보상안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일부 펀드 투자자들은 유사 사례와 판례를 제시하며 전액보상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