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부채, 코로나 다음 경제위기 뇌관

입력 2020-07-27 11:09 수정 2020-07-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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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많은 나라가 부채 압력 직면…글로벌 불황 초래할 수도

신흥국 부채 문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글로벌 경제에 전례 없는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선진국은 지난 10년간 신흥시장의 최대 채권자로 부상했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현지 통화 약세 등으로 인한 상품 가격 폭락에 따라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신흥국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들은 선진국에서 빌린 돈으로 사회 인프라 구축과 질병 퇴치, 어린이 교육 등에 쓸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닥치자 신흥국들은 보건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쓸 현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수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충당하고 있는 탓이다. 아베베 아엠로 셀라시에 국제통화기금(IMF) 아프리카 담당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많은 나라가 부채 압력에 직면해 있었다”며 “지금은 정말로 엄청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충격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건 신흥국의 부채 위기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이번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급불능 상태의 여러 나라가 세계적인 불황을 촉발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국제기구에 손을 벌리거나 채권자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 국가들이 너무 많아져,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신흥시장 부채 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1~2003년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IMF도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너무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병원을 찾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후 100여 개가 넘는 국가가 IMF에 코로나19 대응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가 약속한 총 2500억 달러(약 300조 원) 가운데 약 3분의 1이 지난 4개월 사이에 승인됐다.

신흥국들은 코로나19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IMF 추산,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요 40개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6%로 전년(4.9%)의 2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대부분 국채로 충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신규 국채 발행액은 약 3조 달러에 이르며, 과거에 발행한 분까지 포함하면 발행 총액은 5조 달러에 육박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3~4월에 국채 등 채권매입프로그램을 발표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폴란드 등 13개국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된 3월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역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돼 통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시장 안정과 재정 지원을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에 등 떠밀리면서 중앙은행은 독립성 침해는 물론 통화의 신임을 잃을 위험까지 떠안게 된 상황이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활동이 정상화하면 위기 이전 금융·재정 정책의 틀로 되돌아가게 된다”며 “이건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 규율과 중앙은행 독립성의 신임이 훼손되면 위기 시 시장 안정 대책이 큰 혼란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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