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의 국회 통과 고삐를 죄고 있다. 176석 거대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4일 법안 통과를 목표로 심사를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치솟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 시행은 주택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현 시점에서 임대차 3법 시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입자 임대료 상승 부담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시장이 단기적으론 이미 혼란 상태이고 중장기적으론 전월세 물량 부족으로 세입자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선진국에선 전체 주택에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임대주택 공급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법안을 적용하거나 임대료 상한제 등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 공급 물량 감소와 임대차 3법 시행 시기가 겹치면 전월세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내년과 내후년엔 올해보다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는 데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규제는 소급입법 여부에 따라 단기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이어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증가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민간의 임대사업자 규제와 대출 규제에 따른 갭투자 축소로 줄어든 전세 물량을 공공부문에서 메우지 못한다면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세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대차 3법을 단순 부동산 법안이 아닌 ‘정치적’ 법안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당장 전셋값은 안정되겠지만, 법안 내용대로 4년 뒤에 전세 재계약을 맺을 때는 전세금이 올라갈 것이 뻔하지 않겠느냐”며 “법안 소급 적용까지 고려하면 지금은 안정돼도 결국 전셋값 폭등을 4년 뒤로 미루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차 3법을 시행하더라도 일괄 적용이 아닌 일정 규모 이하 주택에만 법안을 적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을 적용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고 일정 금액 이상 주택은 법 적용 대신 시장에 맡기는 형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법안의 목적은 ‘서민 주거 안정’이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예컨대 3억 이하 주택에만 임대차 3법을 적용하고 그 이상은 시장에 맡기는 식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