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장률 쇼크...시험대 오른 달러

입력 2020-08-02 15:49 수정 2020-08-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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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분기에 73년 만에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가 또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해 달러에 대한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9%(전기대비 연율ㆍ속보치)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분기별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1분기(-5.0%)에 이어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미국은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 활동 중단’이라는 복합 위기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3분기 회복 여부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입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자 ‘달러 블루스:팬데믹이 미국 통화에 대한 신뢰를 테스트하는 이유’라는 심층 분석에서 달러 가치가 월간 기준으로 7월에 10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며 달러의 글로벌 역할에 대한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가 산출하는 달러지수는 한때 92.546으로 2018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7월 한 달 간 하락률은 4%로 2010년 9월 이후 9년 10개월 만의 최대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기조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 가치가 뛰었지만, 갈수록 미국 경제와 정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돈이 역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달러 매도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경제를 떠받쳐야 할 고용 회복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미국 실질금리 하락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것으로, 돈의 실질적인 가치 변화를 보여준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1%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재정 투입으로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는데, 대규모 금융 완화가 국채 수익률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뒷받침 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저금리 기조가 오래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자금은 대부분 금으로 향하고 있다. 달러가 하락하자 국가 신용도에 의존하지 않는 ‘무국적 통화’인 금이 대체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값은 지난달 31일에 한때 온스당 2005달러까지 상승,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브레드 셋서 미국외교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잘못된 관리가 달러 가치를 서서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31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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