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전반적으론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지만, 장마철 농산물 출하량이 줄면서 식탁물가가 급등했다.
통계청은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6으로 전년 동월보다 0.3% 올랐다고 밝혔다. 전월(0.0%)에 비해선 상승 폭이 확대됐으나, 추세적으론 4월부터 4개월째 1.0%를 밑돌고 있다.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상승률이 각각 0.7%, 0.4%에 그쳤다.
품목성질별로 상품 중 공업제품(-0.4%), 서비스 중 공공서비스(-1.9%)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9월부터 고등학교·유치원 납입금 무상화 등 교육 분야의 정책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국제유가도 작년부터 조금씩 낮아지다가 4월 저점을 기록하고 상승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보단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휴대전화기(4.4%), 수입승용차(5.3%), 구두(7.0%) 등이 올랐으나, 경유(-13.8%), 휘발유(-8.6%), 등유(-14.6%) 등 석유류는 내림세를 지속했다. 도시가스(-10.4%), 상수도료(-1.5%) 등 공공요금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도 외식(0.6%)이 부진하며 상승률이 1.1%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이다. 품목별로 공동주택관리비(4.7%), 보험서비스료(8.1%), 휴양시설이용료(22.0%), 구내식당식사비(2.3%) 등이 올랐으나, 해외단체여행비(-5.4%), 학교급식비(-63.0%), 가전제품렌탈비(-8.4%), 병원검사료(-10.1%) 등은 내렸다.
그나마 종합지수 상승률이 플러스로 전환된 건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서다. 농산물은 채소류(16.3%) 급등에 4.9% 오르고, 축산물과 수산물도 각각 9.5%, 5.2% 상승했다. 안 심의관은 “최근 장마로 출하가 감소해 채소가격이 올랐다”며 “작년 7월에는 작황 호조로 가격이 낮았는데, 그때 기저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배추(35.7%), 양파(39.9%), 상추(35.9%) 가격이 급등했다. 농축수산물 중에선 전월에 이어 돼지고기(14.3%)와 국산쇠고기(9.8%)가 큰 폭으로 올랐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에 더해 ‘집밥’ 소비가 늘어서다.
이에 따라 지출목적별로 ‘식탁물가’인 식료품·비주류음료가 4.3% 올랐다. 부문별로는 신선어개와 신선채소, 신선과실이 포함된 신선식품지수가 8.4%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 소비자물가는 장마·태풍 등 기후여건과 향후 코로나19 전개 양상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정부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