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대출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7조5000억원 증가해 전월(+5조원)보다는 증가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정부와 금융권이 일실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데 더욱 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中企 '대출 문턱' 여전히 높아
지난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2조5698억원 증가해 1조8587억원 증가한 전월보다 증가폭이 7111억원 확대되는 데 그쳤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4조9668억원 증가해 3조1561억원 증가한 전월보다 증가폭이 1조8107억원이나 확대됐다.
즉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대출 증가폭이 2.5배에 이른 것이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대출은 선호하는 반면, 중소기업 대출 문턱은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5일 오전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은행들의 유동성 개선을 위한 조치에 힘써 온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제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 강화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어느 때보다도 리스크관리가 중요한 상황이어서 매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무분별한 대출을 강행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도 자금난 은행대출 '노크'
이처럼 대기업 대출이 부쩍 늘어난 것은 최근 대기업들도 중소기업 못지 않게 자금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지난달 주식발행에 의한 자금조달은 전월보다 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회사채와 CP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지난달 3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운전자금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함께 직접금융 조달여건이 악화되면서 대체자금 수요가 증가해 대기업 대출 증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한정된 대출 여력을 중소기업보다는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에 우선 지원하고 있는 셈이어서 추가적인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