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4조 원 이상을 투입해 인도네시아에 조성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계획보다 완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내부적으로 이 프로젝트 일정에 대해 전략적 검토를 착수하면서 유화단지 건설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시아 법인 롯데케미칼 타이탄을 통해 진행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의 착공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반텐주의 약 47만㎡ 부지에 대규모 유화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인 납사크래커(NCC) 공장과 휘발유 등 석유 완제품을 생산하는 하류 부문 공장이 지어질 예정이다.
2018년 12월 열린 기공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참석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도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유화단지는 기본 설계를 마친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착공에 들어가 202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프로젝트 진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네시아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6만 명에 육박해, 아시아에서 인도와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이 코로나19의 감염 위험까지 무릅쓰고 공장 건설에 나선다고 해도 인력 및 장비 반입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어서 프로젝트를 강행하기에는 회사로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올지도 롯데케미칼로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도 내부적으로 현지 코로나19 확산세를 예의주시하면서 착공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 착공 일정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변경사항이 있으면 현지 공시나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사가 지연된다면 롯데케미칼의 신(新) 남방정책에도 속도 조절이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동남아 시장 강화 주문에 따라 동남아시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 회장은 “기존 이머징 마켓에서의 전략을 재검토하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향후 글로벌 사업의 중심은 동남아와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2010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 ‘타이탄(현 롯데케미칼타이탄)’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프로젝트 외에도 인도네시아에 고부가합성수지(ABS)와 폴리카보네이트(PC) 컴파운딩 제품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며 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