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마이클 코뱃 현 CEO의 뒤를 이어 프레이저 은행장이 CEO직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코뱃 CEO는 성명에서 “그가 나의 자리를 맡게 돼 자랑스럽다”며 “그는 리더십과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CEO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프레이저가 메이저 은행 최초로 여성 CEO가 된 것은 우리가 모두 자부심을 가질 만 한 일이며 업계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이저 은행장은 2004년 씨티그룹에 합류해 16년간 라틴아메리카 사업 등 여러 분야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로 평가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략 부서를 운영해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그녀는 미국 전역의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등 주요 대처 방안을 이끌기도 했다.
CEO 선임 소식이 알려진 후 프레이저 은행장은 성명에서 “동료들과 함께 다음 장을 쓸 수 있어 기쁘다”며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팀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씨티은행이 만들어온 것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월가는 유리천장이 단단하기로 악명이 높다. 10위권 안에 드는 은행 중 여성 CEO를 선임한 것은 씨티은행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씨티은행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요 은행 CEO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당신들의 뒤를 이어 CEO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을 정도다.
다만 신임 CEO의 앞에 밝은 전망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씨티은행을 비롯해 월가 은행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7월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씨티그룹은 순이익이 13억2000만 달러(약 1조5684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억 달러에서 73% 급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씨티그룹은 미국 내 신용카드 발행 기관 중 3위여서 경기침체로 늘어나는 카드 연체금에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