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400억 달러에 ARM홀딩스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엔비디아는 215억 달러 규모 주식과 120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20억 달러는 합의 서명 시 지불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약 10% 미만의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할 전망이다.
또 소프트뱅크는 ARM 실적이 특정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추가로 50억 달러 상당의 현금 혹은 주식을 받게 되며 ARM 직원들도 총 15억 달러 상당의 엔비디아 주식을 받게 된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400억 달러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큰 차익을 남기고 부진한 ARM을 팔아치우게 됐다.
엔비디아는 “규제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는데 1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영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엔비디아는 “ARM 고객을 달래고 당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글로벌 고객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ARM의 공개 라이선스 모델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RM의 비즈니스 모델을 좋아한다”면서 “고객 목록을 더 확장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거래가 애플을 포함한 주요 고객과 ARM의 관계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황 CEO는 “엔비디아는 이번 인수에 많은 비용을 들였다”면서 “고객이 떠나게 만드는 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자국의 기술 주권이 해외 포식자에게 넘어간다며 반발하고 있는 영국도 달랬다. 본사를 그대로 영국에 둘 것이며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관련 시설을 더 짓겠다고 밝혔다. 즉 이번 인수가 영국의 기술 입지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확고히 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제조업체 엔비디아가 전 세계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는 ARM 인수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일대 파란이 불가피해졌다.
엔비디아는 이미 GPU 설계·제조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AI와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의 시장에까지 진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ARM 인수로 엔비디아가 GPU 강화는 물론 데이터센터에도 함께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으로의 진출이 현실화, 더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사인 구글이나 아마존닷컴도 반도체 자체 제작에 나선 가운데 한발 앞서 치고 나간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