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이 우리 국민이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일제히 비판했다. 이들은 책임의 화살을 문 대통령에게 돌리며 "국군 통수권자로서 자격이 없다", "세월호 7시간과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북한을 향해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의 행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23일 새벽 1시 긴급 관계장관회의(NSC)를 소집할 정도였다면, 이에 앞서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종전선언' 메시지를 담은 유엔연설의 전면 중단이었다"며 "대통령이 새벽 1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7시간 후인 23일 오전 8시 30분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토록 비판하던 세월호 7시간과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를 받은 후인 23일 오전에 열린 군 진급 신고식에서도 '평화의 시기는 일직선이 아니다'라는 알쏭달쏭한 말만 했다"며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 사살과 해상 화형이란 희대의 도발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언급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후 40시간이 훌쩍 지난 24일에서야 문 대통령은 북한군이 실종된 우리 공무원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에 대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그것도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말로만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태가 북측에 답변과 조치만 취해달라고 할 일이냐"며 "북측과 연결된 핫라인도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답변은 어떻게 들을 것이며 무슨 조치를 취해달라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우리 군에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뒷북지시만 하면 그만이냐. 유가족들의 비통한 마음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셨냐"고 부연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냐"며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무슨 말로 궤변을 늘어놓을까"라고 비꼬았다.
홍 의원은 "내 나라 국민이 총상을 당하고 시신이 불태워 죽임을 당하는 참혹한 사건에 대해 긴급대책을 논의하는 9월 23일 0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박왕자 씨 피살사건 때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고 천안함 장병 피살사건 때는 5·24 대북 봉쇄조치를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무슨 대북 조치를 하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며 이같이 글을 올렸다.
유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이 총살당하고 시신이 훼손된 시각에 우리 군이 지켜보기만 했다는 사실은 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군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관련된 지휘관은 전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며 "우리 군이 이렇게 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통수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서해에서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유린한 직후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말했고, 대면보고를 받은 직후에도 군 진급 신고식에서는 평화를 이야기했다"며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짓밟아도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종전선언과 평화라는 말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지금은 문 대통령이 한가하게 종전선언이나 평화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대해 북한을 응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북한 눈치를 살피고 아부하느라 자기 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한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대통령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강한 대응을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북한의 공식적 사과와 또 한 번의 도발 시 강력한 '응징'을 요구했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국민의 국가와 대통령, 그리고 군이 대체 왜 존재하는지 처절한 마음으로 묻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가 과연 있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처참한 죽음을 바라만 보고 북한 입장을 변명해줄 것에만 관심이 있다면 도대체 대통령과 군은 어느 나라 대통령과 군인가"라며 "이번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공개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 다시는 감히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며 “국민에게 대통령과 군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번 이런 도발이 있다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