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자동차, 또 현대차에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기자에게 그날의 방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왜 자동차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또 한국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말들 하는지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기자는 한 대형화물차(츄레라) 기사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현대차에서 구입한 대형화물차의 잦은 고장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그가 근무하는 경기도 의왕내륙화물터미널로 달려갔다. 그 화물차 기사는 산지 이튿날부터 차량 지붕에 녹이 슬고, 미션과 클러치 고장으로 견인차에 끌려 다니는 볼썽사나운 꼴도 당해야 했다. 또다른 기사는 구입한지 1년동안 수십번이나 서비스센터를 다녀야 하고 또 국산 부품을 쓰지 않아 몇 배나 비싼 수입 부품으로 교체해야 하는지 분통을 터트렸다.
취재가 길어지자 기자 주위로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나도 억울하다’며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 곳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들의 현대차에 대한 분노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현대차라면 두 번 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기사는 “현대차 본사에 가서 차에 불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해냈다. 또다른 기사는 주위에 있는 수입차들을 가리키며 “수입차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멀쩡하다”며 “현대차라는 이름만 믿고 산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차가 기술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차량 자체의 결함은 인정하지 않은 채, '1년 무상수리'라는 규정만 내세워 이후의 고장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화물차 기사들은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나 수리 없이, 그것도 정해진 '1년까지만' 수박겉핥기 식의 차량 수리만 받을 수 있었다고 울분을 토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화물차는 레저나 이동수단이 아니라 생계용이다.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차량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외면할 수 있을까? 또 그들은 중고차를 산 게 아니다. 분명히 신차를, 그것도 대한민국 자동차의 대명사인 현대차를 샀던 것이다.
애국심만을 강조하며 국산차를 살 것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난 지 이미 오래다. 만약 이 문제가 현대차의 기술력 부족이나 생산관리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면, 현대차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의 대명사인 현대차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