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저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난에 지친 서민이 외곽에 있는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하기도 힘들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가격 하위 20%) 아파트 평균값은 4억5638만 원이다. 한 분기 전인 7월(4억2312만 원)보다 7.9% 올랐다. 같은 기간 가격 상위 20%에 들어가는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8억4605만 원에서 19억228만 원으로 4.0%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서민 저가 주택 매매값이 고가 주택보다 두 배가량 빨리 올랐다는 뜻이다.
자치구별로 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7~10월 서울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도봉구(11.0%)였다. 이어 노원구(10.3%)와 강북구(9.6%), 중랑구(9.4%) 순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았다. 중ㆍ저가 주택이 밀집한 강북지역들이다. 고가 주택이 많은 송파구(6.0%)나 강남구(5.3%), 서초구(4.0%)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 속도가 느렸다.
부동산 시장에선 저가 주택 가격 상승이 7월 개정된 주택 임대차보호법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2+2년 계약 갱신 청구권제'와 '5% 전ㆍ월세 증액 상한제' 등 전세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은 처음부터 전셋값을 크게 올려받고 있다. 계약 갱신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 물량도 귀해졌다. 전세난이 계속되면 과거 시세보다 비싼 값에 전세를 전전하느니 저가 주택이라도 내 집을 마련하자는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저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고가 아파트보다 더 가팔라졌다”며 “전세난이 지속되면 매매시장 안정도 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