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상장사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내부회계 관리제도 감사 대상이 된 기업들은 회계법인과 의견 격차를 줄이지 못해 갈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기업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상장사 재무회계 담당자는 “A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서 시스템을 구축해뒀는데, 감사인인 B 회계법인이 불만을 제기했다”면서 “회계법인 간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 기업들은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냐”며 한탄했다.
심지어 네이버는 현재 내부회계 관리제도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유수의 인재를 갖춘 네이버조차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들도 해당 직무에 지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네이버란 기업의 네임밸류가 끌리지만, 지금 들어가면 거의 초도라 길을 다 닦아야 한다”면서 “모든 일을 떠안게 될 게 자명하고, 또 내부회계관리 전문인력으로 경력을 쌓는 게 다음 이직에 좋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내부회계 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 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재무 보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의미한다.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경영의 모든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지를 회계법인이 감독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내부회계는 회계법인이 검토해 왔지만, 신(新)외감법 시행으로 2019 회계연도부터는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감사’로 인증 절차가 강화됐다.
현재는 자산 5000억 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지만 2022년 1000억 원 이상, 2023년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강화된 내부회계 관리제도가 적용된다.
코스닥협회 등 상장사 측은 물론 회계학회도 자산 1000억 원 미만 기업에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은 상태다. 금융위원회도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는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이 없고,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에는 전문가가 없다”면서 “회계법인 간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도입해서 기업은 혼란스러운 상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자산 규모 5000억 원 이상 기업이 적용해보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평균 2억 8000억 원이 들었다”면서 “문제는 용역을 주고 시스템을 구축해놔도 다른 회계법인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다시 용역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내년을 목표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 관리제도 등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신외감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시행도 하지 않고, 법을 고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한공회 관계자는 “작년부터 주요 감사인들이 모인 워킹그룹을 통해서 이슈를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면서 “벌써부터 1000억 원 미만 기업 면제를 이야기하는 건 이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