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내년 상반 한국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유튜브뮤직의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스포티파이까지 합류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스포티파이는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업체다. 18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3억2000만 명의 이용자, 유료 가입자 1억4400만 명의 유료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하는 음원은 40억 개, 팟캐스트(디지털 오디오 방송)는 190만 개에 달한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1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동시에 팟캐스트 플랫폼이기도 하다. 특히 팟캐스트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얼마 전에는 영국의 해리 왕손과 부인 메건 마클이 세운 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전에는 스포티파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 모델 겸 방송인 킴 카다시안 웨스트 등 저명인사와 팟캐스트 독점 출연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을 키웠다.
다만,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서도 팟캐스트 플랫폼 사업을 할지는 미지수다. 스포티파이 한국 지사는 팟캐스트 사업 출시 여부에 관해 “출시 전 관련된 세부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한국이 전 세계 음악 시장 규모 6위인 점, 케이팝(K-pop)의 영향력 등을 언급했지만, 팟캐스트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서 ‘오디오 전용 모드’를 테스트하며 팟캐스트 기능을 강화한다고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안드로이드 헤드라인은 “넷플릭스가 안드로이드 앱에서 ‘오디오 전용 모드’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 서비스를 넷플릭스가 언제 사용자들에게 내놓을지는 명확지 않다”고 보도했다. 올해 7월에는 일부 팟캐스트 콘텐츠에서 동영상 기능도 함께 선보였다. 향후 스포티파이가 한국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도 하게 되면 비슷한 기능이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도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팟캐스트를 제외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 토종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멜론 점유율은 40.3%에 달했다. 이어 지니뮤직(24.6%), 플로(18.5%) 등 순이다. 최근에는 지니뮤직과 플로가 월간 순이용자를 늘리면서 가파르게 추격하는 구도를 보이기도 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10월 멜론 월간순이용자(MAUㆍ안드로이드 기준)는 598만1227명으로 지난해 1월 대비 19.5% 줄었다. 반면 지니뮤직 이용자 수는 303만6809명으로 11.9% 늘었다. 같은 기간 플로도 62.5% 늘어난 203만7632명을 기록했다.
유튜브뮤직은 아직 시장 점유율은 10% 이하지만, 이용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9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바뀌었는데 유튜브프리미엄 가입자 수가 늘면서 영향력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유튜브뮤직의 올해 10월 이용자 수는 164만여 명으로 지난해 1월 대비 약 5배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토종 업체들이 80% 이상 시장을 점유한 현재의 구도에 크게 금이 갈 가능성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 1위 업체’라는 타이틀에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큐레이션이 특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멜론, 지니뮤직, 플로 모두 개인화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어 기존 큐레이션 서비스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멜론은 이달 업데이트에서 첫 화면에 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기능을 배치했다. 지니뮤직은 10월 AI 큐레이션인 ‘뮤직컬러’를 선보였고, 플로도 지난해부터 ‘맞춤형 음악 서비스’를 강화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충분한 음원을 확보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또 다른 글로벌 업체인 애플뮤직의 경우 2016년 국내에 진출했지만, 국내 가수 음원이 턱없이 부족해 시장 점유율 1%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플뮤직의 사례 탓에 스포티파이 역시 ‘찻잔 속 태풍’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1월 한국지사를 설립했고, 그 뒤로 저작권 단체, 제작사, 음원 유통사들과 음원 확보 논의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