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편도선염 환자를 진찰 후 약 처방을 하고 있는데 팔을 좀 봐 달란다. 두드러기였다. 심하지 않으니 피부연고만 발라 보자고 했다. 몇 시간 후 약을 먹고 두드러기가 심해졌다며 환자가 다시 왔다. 늘 하던 대로 약 때문이 아니라 원래 있던 두드러기가 심해진 것이고 먹는 약을 추가하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환자는 약 때문이라며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맞다’ ‘아니다’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환자는 화를 내며 가버렸다. 그렇게 환자가 간 다음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에 항균필름을 붙이는 게 유행인데, 유독 닫힘 버튼 쪽 필름의 마모가 심하다. 열림 버튼 쪽 필름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닫힘 버튼의 필름은 구멍이 나거나 너덜너덜해져 교체를 해야 할 정도다. 이렇듯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른다. 진료실에서 약을 의심하는 환자에게 ‘아닙니다’를 연발하는 것도 일종의 닫힘 버튼을 누르는 일이며,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닫힘 버튼이 아니라 마음의 열림 버튼을 눌러 의학적인 견해는 내려놓고 환자 입장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로 3밀(밀폐·밀집·밀접)을 자제하자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마스크가 일상화되고, 손도 서로 못 잡고, 가족모임조차 꺼려진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잖아도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는데 코로나19가 우리 마음의 닫힘 버튼을 자꾸 누르는 것 같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