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며 한국의 무역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임 기간에 경직됐던 통상환경이 완화하며 한국의 무역과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바이든 정권이 중국과 무역 갈등을 지속하고 환경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상 환경 변화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미국 대선 직전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이 승리하면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과 다자간 체제 복원을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바이든이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자국 일자리와 환경 보호를 전제로 무역 장벽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전반적으로 통상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1조9000억 달러(약 2082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는 점도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바이든 정권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호전되면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며 한국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품이 자동차,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경기에 민감한 품목이 많아 미국 경기 회복 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정권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친환경 정책은 국내 배터리,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 전기차 등 관련 기업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4년간 2조 달러(약 220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 4년 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환경 부문에서 미국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기업의 사업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태양광, 풍력 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들 업계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국내 그린뉴딜정책과 연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정권이 큰 틀에서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바이든 정권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자칫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이 벌어지며 2016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송이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통상조치를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며 미ㆍ중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연계 공급망을 재점검하는 등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환경, 노동 규제 강화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하며 2025년까지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에 '탄소 조정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석유화학, 첨단기술 산업 등 환경문제에 민감한 산업 분야에 규제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환경ㆍ노동 이슈를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 기조에 따라 해당 이슈들이 무역협상에 명문화되면 국내기업에는 또 다른 형태의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