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재산권 침해 가능성” 위헌 논란도
정부가 공공 주도 개발 사업지 내 신규 부동산 매입자에겐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부동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2·4 공급 대책’에서 구체적인 사업 위치는 밝히지 않고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지역 주택 매입자에게 입주권 미부여와 현금청산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내놓은 공급 대책에서 “대책 발표일 이후 신규 매입한 주택 등 부동산 매입 지역에서 공공 주도 개발이 진행되더라도 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신규 매입한 주택은 현금청산을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현금청산은 보통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을 받는다. 투자나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다가 공공 주도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 손해만 보고 나와야 하는 셈이다.
발표 직후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빗발쳤다. 한 주택 매수자는 “지난 5일 30년 된 구축 아파트에 가계약금을 걸었는데 대책 내용을 뒤늦게 알아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며 “중개업소에서 재건축이 공공으로 진행되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도 잘못인 것 같다. 가계약금만 날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사실상 서울 전역이 사업 대상지라고 봐야 하는데 이러면 신축 아파트 말고는 옮기지도 못한다”며 “또 기존 주택 보유자는 팔지도 못해 거래 자체가 끊기는데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진짜 의도는 거래 절벽 만들기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공공 개발 가능성이 큰 서울 용산구 후암동 소재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라면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데 이러면 거래가 끊겨 중개업소까지 피해를 본다”며 “당장 주변 매물을 알아보는 문의가 오면 다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2·4 대책 반대청원 역시 “현재 어디서, 어떻게 사업을 할지 아무 것도 지정되지 않았는데 (현금청산 기준을) 4일로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25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정부는 신규 매입자에 대한 입주권 미부여와 현금청산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책을 준비하면서 이미 법률 검토를 거쳐 위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주택 관련 보상 실무나 법원의 판례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논란은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관련 문제의 위헌 논란 등을 인지하고 법률지원단 등을 통해 문제를 파악 중”이라며 “우리 당 부동산정상화특별위원회 차원에서 9일 문제점을 지적하는 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문제는 포괄적으로 재산권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며 ”입법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므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