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의 보상가를 늘리기 위해 부리나케 나무를 심는 ‘꼼수’가 전국에서 자행되고 있다. 개발지구 지정 소식이 들리는 땅은 그때부터 곧바로 매일 식목일이 된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발표 전 매입한 땅의 보상가를 높이기 위해 지정 직후 묘목을 심었다는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묘목의 식재 시점과 감정평가액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마구잡이식 나무심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LH 관계자는 5일 “토지보상법상 묘목의 감정평가는 LH 등 공공택지 개발사업 시행사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토지주 등 3개 주체 측에서 각각 평가사를 선정해 실시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 포괄적으로 명시된 내용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평가액을 산정하는지는 감정평가 업계에서 담당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토지보상법상 묘목은 상품화 가능 여부, 이식에 따른 난이도(고손율), 성장 정도, 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다. 공익사업지구 내 수목은 이전비나 이식비를 그루별로 평가해 보상하는 게 원칙이다. 수량이 많고 크기가 클수록 유리한 구조다.
감정평가액은 시행사와 지자체, 토지주 등 3곳의 평가액 평균으로 산출한다. 업계에서는 묘목 식재 시점과 함께 평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알음알이로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C 행정사무소 토지전문 행정사는 “평가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해 사례마다 평가액이 달라지는 게 현실”이라며 “일례로 같은 조건과 수량의 나무를 놓고 평가액이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정평가 업체에 평가액 산출 근거를 요구해도 수량과 크기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서 “평가한 사람에 따라 전체 평가액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넘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 감정평가법인 토지전문 평가사는 “품종별 수량과 크기, 시세 등 객관적인 지표 외에도 이식에 들어가는 인건비나 고손율 등 사례마다 평가가 달라지는 요인이 많다”며 “같은 품종이라도 식수마다 제각각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번에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토지에는 향나무와 버드나무 묘목이 식재됐다. 이들 수종은 같은 면적에 상대적으로 많이 심을 수 있고 물만 주면 별도의 관리가 크게 필요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D 원예 종묘 관계자는 “수익성 높은 과수가 보상이 더 크지만 계속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라며 “관리가 쉽고 키도 잘 커지는 수종들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