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그룹, ‘LX’ 사명 갈등 예상하면서도 밀어붙인 까닭은?

입력 2021-03-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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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한국특허정보원 캡처)
(사진출처=한국특허정보원 캡처)

구본준 그룹의 사명으로 확정된 ‘LX'를 두고 출범 전부터 때아닌 ‘상표 분쟁’이 벌어졌다. 같은 이름을 영문약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이의 제기를 검토하며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허업계에선 LG신설지주 측이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 사용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지만, 사명을 확정 지을 정도로 촘촘하게 법리적 검토를 마친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공공·민간 혼선 우려” vs LG “대안 없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은 이주 초 LG그룹에 신설지주의 ‘LX' 사명 사용을 재고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LG 측은 “LX라는 사명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끝냈으며, 대안은 없다”라는 내용이 담긴 답변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답변을 전달한 후 LG 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시를 통해 분할 신설회사의 상호를 ‘엘엑스(LX) 홀딩스’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국토의 정보를 기록하는 ‘지적(地籍)’ 정보를 위한 측량, 인허가 업무 등을 전담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12년부터 10년 가까이 'LX'를 기업 CI로 활용해왔다. 사업 내용이 공공목적을 위한 것인 만큼, “민간 부문과의 구분이 모호해져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우려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때아닌 상표 분쟁…주요 쟁점은?

다만 특허업계에선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국가ㆍ공공단체 포함 여부△한국국토정보공사-LX 간 연결성 △두 상표 간 도형 유사성 등을 쟁점으로 제시했다.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의 조건에 대해 나열한 특허법 34조 1항에 따르면, ‘국가ㆍ공공단체 또는 이들의 기관과 공익법인의 비영리 업무나 공익사업을 표시하는 표장으로서 저명한 것과 동일ㆍ유사한 상표’(3호)와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로서 그 타인의 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9호)는 상표 등록이 제한된다.

문제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경우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라 3호에서 나열한 상표 불가 조건을 비켜 나간다는 점이다. 예외 사항이 될 수 있는 9호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국토정보공사와 LX의 연관성이 모든 국민이 알 정도로 광범위한 것은 아니며, 사업 범위 역시 LG신설지주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는 “이 사례에선 한국국토정보공사와 LX라는 상표가 직관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허업계 “LG 측, 여러 갈래로 법적 검토 마친 듯…추이 지켜봐야”

▲LG그룹이 출원한 'LX 글로벌' 상표. LX 영문 앞에 'L'자 모양을 띤 도형을 덧붙인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한국특허정보원 캡처)
▲LG그룹이 출원한 'LX 글로벌' 상표. LX 영문 앞에 'L'자 모양을 띤 도형을 덧붙인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한국특허정보원 캡처)

실제로 이러한 부분에서 LG그룹 측이 고려한 부분도 눈에 띈다. LG그룹 측이 지난달부터 출원한 LX 관련 다수 상표를 살펴보면, LX 앞에 ‘L’자로 보이는 도형을 하나 더 삽입했다. 이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기존 출원한 상표와 식별성을 갖추기 위한 장치로 분석된다.

또한, 사업 유사성을 피하려고 상표출원 시 사업 분류에도 신경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은 ‘LX 대한지적공사’ 상표 출원 당시 △웹사이트유지관리업 △눈금 측정업 등을 포괄하는 '42류'로 자사의 사업을 분류했는데, LG 측이 출원한 90여 개의 LX 관련 상표에서 42류로 분류된 상표는 찾을 수 없다.

양 측은 내주 만나 LX라는 사명 사용과 관련한 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사 측은 합의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6~10개월가량 걸리는 특허 심사 과정에서 이의제기할 것이라는 입장이라서 추이가 주목된다.

안희중 안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문제 제기도 도의적인 측면에선 이해가 간다. 다만 즉각적으로 법적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특허 출원 과정 내 이의제기를 한다면 심사 시 어느 정도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질 여지는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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