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핵심기술 유출 방어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자본의 국내 주식취득 관련 사전신고제도를 강화했지만, 한국은 관련 제도가 미흡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에게 의뢰한 보고서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외국인투자 규제 -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를 12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사 등의 일본기업 주식 취득 등에 관한 사전신고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외환법)' 정령(政令)과 고시(告示)를 대폭 개정했다.
국가안정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력을 확보하는 취지다.
우선 지난해 5월 사전신고 대상인 주식취득비율 기준을 기존 10%에서 1%로 강화했다. 사전신고 대상업종도 확대했다.
기존 항공기, 원자력, 전기·가스, 통신·방송, 항공운수 등 국가 안전, 공중질서, 국가 경제 원활한 운영 등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업종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2019년 8월 고시 개정으로 집적회로 제조업 등을 대상업종에 추가했다.
안전보장상 중요한 기술유출과 국가 방위생산ㆍ기술기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법은 해외자본의 신고 없는 투자나 투자 변경ㆍ중지 명령 위반에 대해 해당 주식 매각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상장기업(3822개 사)의 56.5%가 사전신고 대상이다.
도요타ㆍ혼다 등 자동차회사, 소니ㆍ도시바ㆍ샤프 등 전자회사 등 대표 기업들뿐만 아니라 배달 앱인 데마에칸과 목욕탕 체인인 고쿠라쿠유홀딩스 등도 자회사 등의 업무연관성으로 신고대상에 포함됐다.
일본 재무성은 이런 외환법 개정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국가안정 훼손 등의 우려가 적은 투자에 대해 ‘사전면제제도’를 마련해 제도를 보완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부펀드와 같은 금융기관과 펀드에 대한 ‘포괄면제제도’, 금융기관 이외의 투자자에 대한 ‘일반면제제도’를 도입했다.
주주제안이나 임원선임 등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하지 않으면 주식취득비율의 10%까지 사전신고 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서구의 선진국도 해외자본의 국내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2월부터 '외국인 투자 위험 심사 현대화 법(FIRRMA)'을 전면 시행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수준에서의 외자 규제를 강화한 데 더해 작년 10월부터 EU와 회원국 사이의 대내 직접투자에 관한 협력ㆍ정보 공유 체제에 관한 EU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일본의 최근 외환법 개정도 선진국의 투자제도 정비 동향에 발맞추는 것"이라며 "안보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기간산업 보호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는데, 기업을 공격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법률들만 도입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대내 직접투자의 관리가 강화된 국가를 피해 민감한 기술의 획득 등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라면서 “한국이 민감한 기술 유출의 구멍(loophole)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핵심업종 투자에 대한 사전신고를 강화하는 한편, 사전신고 면제제도 도입을 병행해 외국인 투자가 원활하게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