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를 계기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특별검사·국정조사에 여야가 뜻을 모았다. 다만 과거 공직자 비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전수조사·특검·국조가 떠올랐지만 흐지부지됐던 터라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될지 주목된다.
17일 첫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조사·수사 범위 등을 두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먼저 전수조사의 경우 민주당은 특정 기구가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내달 재보궐 선거 후보들까지 살피도록 하자는 주장이고,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 맡기자는 입장이다. 다만 3기 신도시가 2018년 9월 발표됐기에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의원들도 연관은 됐지만 자연인이라 본인과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검에 대해선 민주당은 LH 사태로 문제가 된 3기 신도시뿐 아니라 부동산 비리 전반으로 확대해 ‘부동산 적폐청산’을 하자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3기 신도시 토지거래 관련 청와대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관련 공직 전반의 직무유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기본적으로 차제에 부동산 비리 근절하자는데 뜻을 같이하면서도 입장차가 생기는 데는 ‘동상이몽’ 속내가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까지 전선을 확대해 정부·여당에 쏠려 있는 비난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고, 국민의힘은 LH 사태로 얻은 정국 주도권을 끌고 가려는 목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 고위공직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국조에 대해 국민의힘은 선제적으로 청와대를 대상에 포함시킨 국조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수사대상자 국회 소환 어려움 등 실효성을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이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국조 요구에 대해 “국조도 협의해 함께 내는 게 도의상 맞는데 부산에 내려온 사이에 일방적으로 내버렸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수조사·특검·국정조사 모두 벌써부터 여야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난항이 예상되자 내달 선거 이후 또 과거처럼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 입시비리로 인한 전수조사도 여야 모두 법안을 냈지만 흐지부지된 바 있어서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의지를 보였다. 입시비리 전수조사 추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그때는 당 차원 협의 없이 초선 의원들의 의욕으로 밀어붙인 것이고 입시 문제가 학부모들에 한해 특별히 공분을 일으키는 이슈다 보니 동력이 약했다”며 “하지만 이번 건은 여야가 모든 조사·수사 수단에 대해 당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고, 전 국민이 체감하는 부동산 문제이기 때문에 유야무야될 수가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