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中 리스크’] ‘전랑외교’ 함정에 빠진 중국, 출구 보이지 않아

입력 2021-03-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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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3-29 17:3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중국 "서구권 압력에 정면 대결 불사" 메시지
‘전랑외교’ 너무 강해 출구전략 여지 없어
베이징 동계올림픽 1년도 안 남은 상황에 이미지 추락

▲24일 중국인들이 베이징에 있는 스웨덴 의류업체 H&M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24일 중국인들이 베이징에 있는 스웨덴 의류업체 H&M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서방 사회와 기업들을 향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도를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유명 인사들은 잇따라 계약해지를 선언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누리꾼들이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 같은 보복 행위 배경에 중국의 ‘전랑외교(늑대외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극단적인 전랑외교에 중국 정부 스스로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국은 전랑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랑’은 지난 2017년 ‘중국판 람보’로 불리며 흥행한 영화 ‘늑대 전사(戰狼·전랑)’에서 따온 것으로 최근 부쩍 공세적으로 변한 중국 외교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몸을 낮추고 힘을 길러 때를 기다린다)’를 내세우던 중국의 외교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기치로 변하기 시작,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발톱을 드러냈다. 이달 18~19일 열린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이 결정판이었다. 중국은 알래스카 회담을 120년 전의 신축조약(1901년 의화단의 난으로 청나라가 미국 등 서구 열강과 맺은 불평등 조약)과 비교하며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중국은 강해졌으며 서구권 압력에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탄압과 관련한 비판과 제재에는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가 위구르 인권 탄압을 이유로 대(對)중국 제재를 가하자 바로 보복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서방 사회가 중국의 위구르 소수 민족 대응 관련해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퍼트리고 있으며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자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주 스웨덴 의류업체 H&M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의혹 성명을 문제 삼은 이후 일부 매장이 온라인에서 퇴출됐다. 오프라인 매장도 지도 찾기 검색에서 찾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 성명이 최신 입장 표명이 아닌 지난해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그 밖에 나이키, 아디다스, 버버리도 중국 관영언론들에 의해 ‘공공의 적’이 돼 십자포화를 맞았고 중국 전역에서 불매 운동에 내몰렸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나는 신장 면화를 지지한다”는 해시태그가 포함된 글의 조회 수는 50억 회에 달했다.

중국이 자국민의 민족주의를 부추겨 서방 사회와 기업을 압박하는 전술이 효과를 보는 듯하지만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과거 중국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개입은 자제했다. 상황을 봐가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을 썼다.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의 중국 선박 나포로 시작된 중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2017년 중국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에서 중국 정부와 외교관들은 사태가 극단적으로 향해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기 전에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번에는 전랑외교의 부상에 중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펼칠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H&M 보이콧에 대해 “중국인은 외국인이 중국에서 이익을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악의적 공격을 펼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 보이콧은 단지 애국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 추세를 지속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체제 유지를 위해 민족주의적 자부심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랑외교에 집착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 민족주의가 중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중국 공산당이 제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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