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복귀 여부를 떠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 부대표는 31일 "한국은 미국의 재가입과 관계없이 CPTPP 참여를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법무법인 광장 통상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경제회복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하고 있어 CPTPP 재가입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한미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를 지냈다. 한국과 통상 현안을 논의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힌다.
그는 "한국은 TPP 협상 당시 주요 파트너 중 하나였지만 관심 표명이 늦어져 가입 시기를 놓쳤다"며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 영국의 CPTPP 가입 신청, 중국의 CPTPP 가입 검토 등을 볼 때 한국이 CPTPP 가입을 재고할 시기가 됐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CPTPP 재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신통상질서를 대비하고 우리나라의 통상정책 방향을 재정립한다는 차원에서 CPTPP 가입 검토는 매우 적절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USMCA(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무역협정) 등 통상협정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협력체를 구상할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은 미래 통상협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노동권 등을 강조하는 통상협정 추세를 고려해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기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최근 들어 FTA 등 통상협정에서 노동과 환경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강화된 노조법과 탄소배출권 등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회의를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CPTPP 참여를 통해 글로벌 표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며 "한미FTA가 발효된 지 9년이 지난 지금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은 우리 경제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