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적폐의 뿌리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도적 특혜이다. 생산적 투자나 금융자산 투자에 비해 부동산 투자는 세제상 금융상 혜택이 너무 커 돈이 부동산으로만 몰린다. 한국은 가계자산의 70~80%가 부동산이다. 미국 일본 등의 두 배에 가깝다. 이러니 국민의 꿈이 임대사업자인 나라가 되었다. 잘나가는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들의 재산 증식 대상도 부동산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마저 회사를 키우기보다 적당한 때 사업을 정리해 역세권에 빌딩을 사 임대사업자가 되려 한다.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자. 먼저 주택임대소득의 경우,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의 주택은 임대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비과세이다. 예를 들어 원룸이 20개 있는 다가구주택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이면, 이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은 억대 임대소득에도 세금이 없다. 2주택자의 경우 전세는 비과세이고, 월세도 연 2000만 원 이하이면 분리 과세되고 경비 인정 금액이 커 세 부담이 별로 없다. 3주택 이상 보유자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으면 임대소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면제 등 엄청난 혜택이 있다.
상가나 상업용 건물의 임대소득은 임대료 축소신고와 경비 과다계상 등을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세금 회피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건물 관리회사를 만들고 자식이나 가족을 임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임직원 급여라는 명목으로 임대소득을 줄이고 가족에게 소득을 증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주식 등 금융자산은 세금을 회피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자산은 대부분 거래 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에 차명계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고 위험하다.
다음으로 양도소득세는 시가 9억 원 이하 1주택은 비과세이다. 시가 9억 원 초과분과 2주택자의 경우 과세대상이나 공제 항목이 많아 실질적인 세 부담이 크지 않다. 보유세는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실거래가격에 비해 크게 낮아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도 미국 등에 비해 실질 세 부담이 낮다. 종합부동산세는 복잡하기만 할 뿐 재산세 하나를 제대로 걷는 것보다 못하다. 이마저도 1주택자는 다양한 감면 혜택이 있다. 상속과 증여도 공시지가로 과세되는 경우가 많고 공제 혜택이 크다.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 시 부동산은 공시지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재산 공개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부동산이 있으면 개인이나 기업은 제도 금융권 대출이 쉬워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이 밖에도 부동산 특혜는 많아, 한국에서 돈 있는 사람이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려면 엄청난 도덕적 자제심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적폐 청산은 이렇게 많은 부동산 특혜를 줄이는 것이다. LH 직원이나 공무원, 정치인 등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철저한 수사와 투기수익 환수가 필요하지만 이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부동산 특혜를 축소하는 제도개혁이 없으면 언제든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한다. 이와 함께 복잡다기한 부동산 세제와 청약 제도 등은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금융도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에서 사업성과 상환의지 평가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할 일이 많은데 정부와 여당은 하는 것 같지가 않다.
한국의 부동산은 성공한 정치인, 관료와 교수, 의사 등 전문직 등 고소득자의 공통 이익이다. 또한 이들이 한국의 여론 주도층이다. 정책 당국이 부동산 특혜를 축소하지 않는 큰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5년 임기를 끝낼 듯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대선 정국으로 바뀔 것이다. 새 정부에서라도 한국의 부동산 적폐, 즉 부동산에 주어진 과도한 특혜는 청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계속 부동산에 목맨 나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