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았다.”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 배우상(여우조연상)을 받은 노장 배우 윤여정(74)의 수상소감처럼, 한국의 여성들은 ‘육아’를 떼어놓지 않고는 ‘개인의 꿈’에 다가가기 어렵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신혼부부 통계로 살펴본 혼인 후 5년간 동태적 변화 분석’ 자료를 보면, 2014년 11월 1일부터 2015년 10월 31일까지 혼인신고한 초혼부부 중 51.6%는 1년 차에 맞벌이했으나, 2년 차에는 이 비율이 45.1%, 3년 차에는 43.9%로 하락했다. 전체 부부 중 14.0%는 1년 차에 맞벌이였다가 2년 차 이후 외벌이로 전환됐다.
외벌이 전환의 주된 사유는 출산·육아다. 자녀 유무별 아내의 경제활동 비중은 1년 차에 무자녀 60.1%, 유자녀 57.0%로 격차가 3.1%포인트(P)에 불과했으나, 5년 차엔 각각 59.1%, 50.9%, 격차는 8.2%P로 벌어졌다. 출산 직후에는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으로 경제활동 상태를 유지하나, 이후에는 상당수 여성이 육아를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한단 의미다.
전문직 등 경력단절 후 재취업이 용이한 직업이나, 공무원 등 육아휴직, 모성보호제도 활용이 보장되지 않는 여성들은 여전히 경제활동과 육아 중 ‘택1’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에 상대적으로 가혹했다. 초·중·고교 등 교육시설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운영이 제한되면서 아이를 돌봐줄 곳이 사라져서다. 사람을 쓸 형편이 안 되는 가구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쪽이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발표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김지연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대면서비스업 등 여성 종사자 비중이 큰 업종에서 노동수요가 감소했으며, 자녀돌봄 부담 가중 등으로 기혼여성의 노동공급이 제한되면서 과거 위기와 달리 고용 충격은 남성보다 여성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여성 비중이 큰 교육서비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서비스업에 고용충격이 집중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보육시설 중단과 학교 폐쇄로 가정 내 자녀 돌봄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 연구위원은 “여성의 이른 경력단절은 영구적인 인적자본의 손실로 이어져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후에도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녀 돌봄 부담의 증가로 인해 여성의 노동공급이 제한되지 않도록 자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