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계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계기업이 많은 수록 국가 경제에 비효율적 배분이 발생한다. 이는 학계에서 다수 논문을 통해 도출한 결론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 한계기업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아 대외적 요인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곤 한다.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국내 기업의 수출이 줄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해 한계기업이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엔 코로나19 이후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경제 성장률 제고를 위해 개선 가능성이 있는 산업·기업 중심에 한해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 역량과 시기를 따져 한계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구별해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효과적인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자보상배율이 낮다고 무조건 한계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지원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지만, 일본 기업이 선점한 시장에 밀려 있다가 ‘화이트리스트’ 이후 재조명받으며 성장한 중소기업을 예로 들었다. 이전까지 낮은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하고 있다가 대외환경 변화로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반면 판단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운수·해상, 여행 업종 등은 산업 전체 이자보상배율을 한계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들어 해상 부분에서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해당 시점이 반짝 회복구간인지, 추세적 반등 구간 인지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사실 한계기업들을 살펴보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대다수고,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어려운 기업도 많다”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서 참여할 유인이 없는 경우, 금융위원회·캠코에서 나서 부실기업 자산매각을 진행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조정이 가능한 긍정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기업 유동성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는 기업자산 매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캠코도 하반기 설비자산 인수, 패키지형 회생 기업 지원 프로젝트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고용 문제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구조조정은 곧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경제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한계기업을 정리한다 해도 개개인에겐 일자리를 잃는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찰적·구조적 실업을 최소화하는 걸 핵심으로 둬야 한다”며 “정말 어려운 문제지만, 실업급여 기간을 늘리거나 다양한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 고용 안전망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