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11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를 맡는 ‘SKT 존속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전문회사인 ‘SKT 신설회사’로 인적 분할키로 했다. 존속회사는 기존의 통신사업을 하면서 자회사로 SK브로드밴드 등을 두며, 신설회사는 자회사로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ICT 계열사를 둔다. 회사 측은 “통신이라는 업종에 가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우산’이 필요했다”며 “회사 분할은 미래 성장을 가속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번 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의 투자나 인수합병(M&A) 때 제약 요소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분할 이후 합산 가치를 28조5000억 원으로 추정한다”면서 “안정적인 배당을 선호하는 투자자와 반도체, 콘텐츠, 모빌리티, 보안 등 성장성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모두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올해가 지배구조 개편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도 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새로 설립되는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은 20.07%뿐이다.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10% 가까이 추가로 사야 한다.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비용은 현재 시가 기준 9조 원이 넘는다.
기업들이 지배구조개편과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쪼개기를 하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인 이유는 내년 달라지는 공정거래법이 기업들을 채찍질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한 기업에 다양한 분야가 있으면 한정된 재원을 어느 사업부문에 투자할 것인가를 따로 논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F, 에코프로, 오스템임플란트 등 ‘인적분할-주식교환(현물출자)’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곳도 있다. 이들은 올해 안에 주식교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이면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특례를 2022년부터 중단키로 했다.
국내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판매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오스템임플란트도 회사를 쪼갠다. 투자회사인 오스템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인 오스템임플란트(가칭)로 인적분할하는 방식이다. 분할 존속회사는 지주사인 오스템홀딩스이며, 분할 신설회사는 오스템임플란트이다. 분할기일은 오는 9월 1일이다.
MLB, 디스커버리 등 메가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F&F와 배터리 양극재 세계 2위 에코프로도 인적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계열 분리가 목적인 곳도 있다. LX홀딩스는 LG그룹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구본준 회장이 계열사를 나눠 독립했다. 순수 지주회사로 LG상사, LG하우시스, LG MMA, 실리콘웍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구본준 회장과 송치호 전 LG상사 대표가 초대 대표이사를 맡는다.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인 곳도 있다. LG화학이다. LG화학은 올해 전지사업 부문인 LG 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LG화은 물적분할한 배터리 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올 하반기에 상장시킬 예정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의 경우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LG전자와 마그나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 법인 설립,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정리 등 주력 사업 강화 위한 사업 구조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