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방송만 아니라면 퀴즈처럼 정답이 있는 경우엔 그저 인터넷 사이트 한두 곳에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인생살이의 경우 어디서 이런 똑똑한 한마디를 구할지가 참 고민일 때가 많다. 그리고 막상 인생 조언이 있어 그걸 찾는다 해도 사람들이 반드시 그걸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다른 이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까? 그리고 어떤 조언을 따를지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이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조언을 따르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최근 발표된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심리학자 토마스 슐체-게어라흐(Thomas Schultze-Gerlach) 박사 연구팀의 ‘의사 결정에서 다른 이의 조언이 미치는 영향’ 실험 결과를 보면 이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임의의 두 지역을 주고 이 지역 간 거리를 추정하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때 일명 판사-고문 시스템(Judge-advisor system, JAS)이란 이론에 기초해서 한 사람은 결정에 필요한 조언, 정보 또는 제안을 제공하는 고문 역할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정보를 평가하고 결정 과정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판사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즉, 실제 의사 결정 권한은 전적으로 판사 역할을 맡은 피실험자에게 있다. 조언이 결정에 미치는 정도는 판사 역을 맡은 사람들의 추정치가 조언을 듣기 전후로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통해 측정됐다. 그 결과 조언이 판단에 영향을 주는 비율은 30퍼센트에 불과했다. 즉, 다수의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각에 더 큰 신뢰를 갖고 이에 기초해 결정을 내렸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더 의지하는 경향은 목표 지향적이고 독립적인, 즉 독자성이 강한 사람들에게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또한 좋고 나쁨과 무관하게 조언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례로 기업의 대표나 유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책임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기회로 인식할수록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고, 조언을 구할 때에도 자신과 유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말만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시장 가치가 낮은 회사의 대표일수록 더욱더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알 만한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는 상황들이 새삼 이해되는 대목이다.
사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결정할 때 자신의 관점에 크게 의존하면서 이에 맞지 않는 조언이나 의견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자기중심적 편향’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다. 이는 자아를 만족시키고 기억 강화에 유리한 심리적 필요 때문에 선택되는 전술이란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다른 이의 말을 잘 가려서 듣고 여기에 기초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이는 사람들의 지적 능력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쯤 되면 올바른 조언을 찾고, 또 이를 잘 받아들이는 건 예술 행위에 비교될 만하다.
50인의 답! 우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알아본 후,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방식의 찬스 형태다. 1인의 도전자를 탈락의 위험에서 구해 준 일등공신이 이 방법이었다는 게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