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하면 떠오르는 게 비올라였어요." 최근 서울 강남구 인근 공간에서 만난 최재혁 감독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펼치는 'Viola in My Life'의 시작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올라의 여제 이한나가 주자로 나섰다. 이한나는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비올리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 유수의 페스티벌에 초청돼 킴 카쉬카시안, 콜린카, 체프먼, 나이딕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비올라는 다른 악기에 비해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요. 연주를 많이 하는 비올리스트로선 더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직접 찾아내고 연주하면서 레퍼토리를 늘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죠. 또 비올리스트와 현대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데, 훌륭한 작곡가가 저를 위해 곡을 써주다니 정말 기뻐요." (이한나)
비올라는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레파토리가 다양하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져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선 악기다. 하지만 비올라만의 카멜레온 같은 음색의 유니크함은 많은 작곡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브람스와 모차르트 등이 그렇다. 이한나는 이번 공연에서 힌데미트의 '장송곡', 최재혁의 '비올라 속 내 인생', 펠트만의 '내 인생 속 비올라'를 연주한다.
최재혁은 이번 공연에 대해 "비주류의 반란 같은 느낌의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한나와 퍼커셔니스트 이원석을 위한 곡을 작곡했다. 공연 제목과 같은 '비올라 속 내 인생'이란 이름의 곡이다. 이 곡은 이번 공연에서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구성은 다소 파격적이다. 하지만 소리는 전통적이다. 최재혁 감독은 "미국 음악이 훨씬 더 보수적"이라며 "들리는 소리는 우리에게 익숙할 것"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정다현, 첼리스트 이호찬, 플루티스트 류지원이 힘을 보탠다.
공연에선 코플랜드의 '아팔라치아의 봄',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펠트만의 '내 인생 속 비올라'(Viola in My Life'), 김혁재의 '똑같은 것들', 라이히의 '여덟 개의 선'(Eight Lines) 등을 들을 수 있다.
"현대음악이 특수 주법 등 새로운 테크닉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선 위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와 그가 상상했던 소리를 실현하고 해석한다는 것엔 변함이 없어요. 이 작품들이 '현대음악'으로 불리기보다 그냥 '음악'으로 인식됐으면 해요." (최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