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건강보험이 코로나 방역의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다”며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건보료 인상이나 세금 부과 등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4년간 건보 보장을 확대하면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건보 재정 적자 우려를 이겨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비 부담이 큰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진비로 불렸던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상급 병실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확대했다. 또 MRI와 초음파 검사의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약품 중 비급여 항목의 급여전환도 추진 중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3700만 명의 국민들의 약 9조2000억 원의 가계의료비 부담을 경감했다’며 세부적 성과를 발표했다. 난임 시술, 아동 충치 치료, 중증 치매 환자 대상 치료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요 지원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문재인 케어가 도입될 당시 제기됐던 건보 적자 우려도 일축했다. 지난해 말 기준 건보 적립금은 17조4천억원으로 내년 말 목표인 10조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20조원의 적립금 중 10조원의 적립금을 남겨둘 것을 약속했는데 건보 보장 범위는 대폭 확대하면서 재정은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인상률도 대책 발표 당시 약속한 통상적 수준을 유지했다고 자신했다. 2018~2021년 보험료 인상률은 2.9%로 그 전 10년간 인상률인 3.2%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은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가 쌓이고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적자폭은 2018년 1778억원에서 2019년 2조8243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3531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손씻기 등 위생 습관이 뿌리내렸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감기와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보험료율은 4년간 12% 인상됐다. 일상이 회복되면 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결국 이를 메우기 위한 건보료 추가 인상이나 다른 명목의 세금부과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0%대 중반에 정체돼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도 지적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P)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 상급종합병원 보장률(69.5%)은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지만, 요양병원과 의원급은 보장률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의원의 경우, 2018년 57.9%에서 2019년 57.2%로 0.7%P 하락했다.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단체엽합은 이날 논평에서 “2017년 62.7%였던 보장률이 2019년 64.2%로 1.5%P 오른 데 불과한 상황이고 이번에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약속했던 70%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해졌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과 사과가 아니라 스스로 잘했다고 박수치는 자리를 가졌다는 점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