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Continue or Exit?”

입력 2021-09-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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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단계 스타트업의 선택: ‘더더더’ 혹은 엑시트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대규모 투자유치 소식은 동료 창업자들을 비롯해 주변 지인까지 부러움을 사며 축하를 받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추가 투자가 지금까지 이뤘던 성취의 몇 배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의 동전의 양면이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음으로써 지금 단계에서의 회사 매각이라는 선택지를 포기했다는 점을 놓치곤 한다.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이윤을 재투자해서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투자자의 선제 투자가 수반된다. 비단 초기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성장단계마다 아직 달성하기 어려워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 팀이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자본을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직전 단계의 목표를 이룬 창업팀은 이때, 세 가지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첫째, 지금까지 이룬 것을 토대로 차분하게 성장하기, 둘째, 이 성취를 기반으로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셋째, 이 성취를 기반으로 회사를 매각하기의 선택지가 있다. 때로는 세 가지 전부 선택지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이 중 한두 개만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매 순간 창업팀은 이 중 한 가지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투자자일 때 만났던 L사의 사례를 보자. 당시 겨우 50여 대의 차량을 운영하던 매우 초기 단계 회사였지만, L사는 카셰어링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했다고 인정받으며 300억 원의 기업가치로 100억의 투자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200억 원에 이 회사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투자자로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선, 투자자가 300억 원이라는데 창업자는 본인이 만든 회사의 가치를 왜 200억 원으로 생각할까? 그리고 이제 겨우 50대인데 사업을 제대로 한번 해 보고 싶지 않았을까? 창업 3년 만에 찾아온 대규모 기회인 데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모빌리티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밀어 주던 때였으니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같은 창업자가 되어 보니, 그 선택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는 수십 가지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 첫째, 창업자의 역량이 스케일 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데 더 특화되었을 수 있다. 둘째, 사업 모델 자체가 스케일 업이 어려워 보다 큰 회사 또는 다른 역량을 가진 회사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셋째, 그냥 지금의 성취를 해 오느라 창업팀 모두가 지쳤을 수 있다. 넷째, 창업자인 나는 계속하고 싶은데 동료들을 설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섯 번째, 오늘의 확실한 현금 50억 원은 10년 뒤에 불확실한 상장된 500억 원어치 주식보다 값어치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인과 가족의 건강, 배우자의 압박 등 기타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엔 수천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배 창업가들이 많아졌다. 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나 같은 초보 창업자들은 몇백억 원의 기업가치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처럼 수조 원의 가치를 내는 데 도전하고 있다. 필자가 나 같은 초보 창업자들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더더더’ 성장하고 싶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계속해서 가슴 뛰는 기회가 보이기 때문이다. 설탕을 팔던 회사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가 되듯, ‘회사=특정 사업모델’이 아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에서 시작한 이 회사가 물류시장으로, 해외시장으로 갈 기회들을 테스트하며 가능성을 확인하면, 어느새 과거의 성취는 초라해 보이고 앞으로 보이는 기회가 커 보이며 모험심이 절로 생긴다.

둘째, 함께 일한 동료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모은 팀이고, 어떻게 역량을 키운 조직인데, 이들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일하게 두고 싶지 않다. 아직 100명밖에 없는 스윙은 모든 직원과 일대일 면담을 하는데, 이때 했던 나의 약속들-다른 어떤 곳보다 개고생하겠지만, 다른 그 어떤 곳에서도 이룰 수 없는 성취를 하자-을 함께 지키고 싶다. 그리고 다행히, 구주거래 시장이 커지며 굳이 회사를 매각하지 않아도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길도 매우 활성화돼 있다.

셋째, 창업자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성공한 창업가는 원래 흙수저여서 근본적으로 크게 돈 욕심이 없거나 정반대로 원래 금수저여서 돈 욕심이 없었다. 계속해서 도전하는 창업가들이 만약 개인적인 영달만을 위해 스타트업을 했다면 아마 훨씬 더 이전 단계에서 투자 받기를 멈추고 매각했어야 했다. 그래서 회사 가치가 몇백억 원이 되는 순간부터는, 더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라는 선배 창업가들의 얘기가 공감된다.

창업팀마다, 사업모델마다, 그리고 당시 상황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언제 이 레이스를 멈출 것인가에 정답은 없다. 또한, 회사의 매각이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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