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스테디셀러 제품 중 하나인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약청)가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원물(元物)을 넣지 않은 제품에 ‘맛’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금지해서다. 당시 바나나맛우유는 원물 바나나 대신 바나나향을 사용했다.
당시 35년 이상 유지해온 이름을 지키기 위해 빙그레는 바나나 과즙을 넣으면서도 기존 바나나맛 우유 고유의 맛을 지켜내는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성공했다.
최근 식품업계에 유사한 사건이 또 불거졌다. 돼지갈비 무한리필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가 식품 등의 표시 및 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명륜진사갈비는 돼지갈비를 제조할 때 원료육으로 갈비 부위와 목전지를 각각 3대 7의 비율로 사용한다.
국내 돼지갈비 전문점 중 실제 갈비 부위만 사용하는 식당이 얼마나 될까. 거의 찾을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갈비뼈에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를 붙여 양념에 재워 판매하거나 저렴한 부위에 돼지갈비 양념을 재워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갈비버거'나 '갈비만두'도 갈비 양념맛을 낼뿐 돼지갈비를 원료육으로 사용하진 않는다.
명륜진사갈비의 유죄 판결에서 우선 ‘갈비’라는 명칭의 정의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돼지갈비가 갈비 부위를 원료로 해야한다는 원칙은 식품 관련 규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갈비는 갈비뼈 부위를 말하지만 갈비부위가 제한적이다 보니 어느새 갈비는 돼지나 소고기를 양념에 재운 메뉴를 일컫는 말로 굳어졌다. 그럼에도 유죄 판결을 받은 명륜진사갈비는 억울할 수 있다.
비록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명륜진사갈비에 대한 재판부의 의견도 일치한다. 재판부는 명륜진사갈비의 가격표 내지 메뉴판에 기재된 ‘돼지갈비’라는 표현은 축산물의 명칭(식육의 부위명칭)을 광고한 것이라기보다 ‘돼지갈비로 만든 음식’이라는 의미로 사용돼 식품의 명칭을 광고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돼지갈비’라는 제품명으로 광고할 뿐 원료육의 함량에 대해 별도로 기재하지 않은 것을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 역시 갈비라는 음식을 특정 부위에 제한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명륜진사갈비는 억울함을 호소할만 하다. 일반음식점영업자의 경우 소, 닭, 돼지 등 원료육 '종류'와 '원산지' 표기 의무만 있을뿐 '부위'에 대한 표시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부위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명륜진사갈비의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목전지 함량을 누락한 점이 유죄 판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동안 명륜 진사갈비는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서도 목전지의 사용을 공개해왔다. 갈비라는 명칭이 메뉴 이름일 뿐 원료육을 의미하지 않는데도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원료육명까지 공개했지만 일부 가맹점이 표시광고를 위반한 것이다.
마약 떡볶이에는 마약이 없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그렇다고 표시광고 위반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바나나맛 우유처럼 명륜진사갈비가 부위를 전량 갈비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더이상 현재 가격으로 무한리필 돼지갈비를 즐길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외식 메뉴 브랜드에 가해진 철퇴가 안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