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집값 하락이 시작됐다. 지난주 경기 화성시와 동두천시를 시작으로 번진 수도권 집값 내림세가 한 주 만에 서울까지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거품 수준이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고 경고하며 부동산발 경기불황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5% 오르며 지난주(0.07%)보다 상승폭이 축소했다. 서울에서는 이번 주 은평구 아파트값이 0.03% 하락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먼저 떨어졌다. 은평구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5월 첫째 주(2일 기준)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금천구 아파트값도 지난주(0.02%)까지의 상승세를 멈추고 이번 주 보합 전환됐다. 지난주 보합 전환했던 관악구는 2주 연속 보합을 이어갔다.
집값이 내림세로 전환했거나 상승세를 멈춘 이들 지역은 모두 서울 외곽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중심권에 있는 '똘똘한 매물'은 남겨두고 외곽에 있는 매물부터 매도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겨울철 이사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 보합과 내림세가 나타났다”며 “보합과 내림세가 나타난 금천·관악·은평구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는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많아 매수세가 위축된 곳”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역으로 아파트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은은 국내 부동산 가격 거품을 우려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2021년 12월' 자료에 따르면 금융불균형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금융취약성지수(FVI)에서 부동산부문 지수는 올 3분기(7~9월) 중 100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6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 지표는 자산가격과 신용축적, 금융기관 복원력을 평가해 산출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발했던 1997년 11월을 100으로 해 0과 100사이 값을 갖는다.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의미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 지수상 100이란 수치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추가상승보다는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같은 기간 FVI는 56.4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8년 4분기 59.8) 최고치를 보였던 올 2·3분기(각각 59.2)와 견줘 소폭 하락했다. 또, 같은기간 채권(2분기 62.3→3분기 60.7)과 주식(54.0→50.7) 부문도 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