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50대 여성으로 직장에서 인정을 받아 현재는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어린 시절에 알코올 중독인 엄마에게 오빠와 비교당하면서 차별과 구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20대 후반에 결혼 후 고부 갈등으로 남편과 이혼하였고 그 후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과 삶의 무의미함에 젖어 들곤 하는데, 점점 견뎌 내기 힘든 고통이라고 한다. 특히 평소에 스트레스가 겹치면 예민해지고 심한 짜증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표출한다. 이후에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
우울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기 통제감에 대한 환상이 작을 수 있다. 즉 자기에 대해 냉혹하게 자책한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현실을 더욱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대처하려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내면으로는 마음의 고통을 느끼고 자신을 불행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우울이 때로는 삶에서 발전적으로 작용하는 우울 현실주의도 있지만, 점차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 도피로 넘어가게 되면 삶에서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는 성과주의와 경쟁주의에 매몰돼 그것이 만들어 놓은 기념비, 그 뒤에 드리워진 그늘을 간과한다. 우울은 가볍게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지만, 어둠으로 짙어져 삶의 큰 불행을 파생시키는 경로, 나아가 죽음을 부르는 종착지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우울을 개인 문제에서 벗어나 가족, 조직, 그리고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어두운 늪에서 고통받고 있다. 성과와 경쟁으로 드리워진 어둠을, 관계와 사랑의 빛으로 밝혀야 한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