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의한 ‘간병 살인’, 빈곤의 악순환 등 과도한 돌봄 부담에 따른 청년들의 비극을 막고위해 정부가 가족 돌봄 청년들을 사전 발굴·조사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확정했다. 가족 돌봄 청년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으로, 영국·호주 등 해외에선 ‘영 케어러(Young Carer)’로 관리되고 있다.
이수완 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기존 대책은 돌봄 대상자 중심이었는데, 이를 돌봄 제공자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미래를 돌봄과 맞바꾸고,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건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34세 이하 중·고등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대학생, 일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전국적으로 현황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전국 규모와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병원 등이 협업한다. 배금주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들이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거나 사회복지사, 교사가 신고함으로써 복지체계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간호사, 병원 관계자들이 돌봄 대상자를 돌보는 사람이 청년뿐이란 걸 파악했을 때 지자체 등에 연결해주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굴된 가족 돌봄 청년들에 대해선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 긴급돌봄 등 기존 제도에 더해 지자체 시범사업 형태로 자기계발과 돌봄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론 가사·간병 방문지원사업,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특례 등 시범사업을 논의 중이다. 더불어 영국·호주 등 사례를 참고해 별도의 생계비 지원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이후 10명 이상의 가족 돌봄 청년에게 생계비를 지원했다.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공적 돌봄을 제도화한다. 이를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한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회의에서 “가족에 대한 돌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