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석열·안철수 꼬인 단일화 방정식

입력 2022-02-22 05:00 수정 2022-02-2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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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국장대우 정치경제부장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대세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혼전 양상이다. 여야 후보는 자신의 강점 대신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린다. 미래 청사진은 사라졌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는 끝이 없다. 재원 대책도 없는 수십조 퍼주기 공약만 넘쳐난다. 중도층은 마음 줄 곳이 없다. “표를 까봐야 안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2주일 남은 대선전은 1, 2위 후보가 잠깐 바뀌었다는 것 빼곤 지난해 그대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김건희 파동’과 당 내홍에 1위 자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내줬다. 그 틈새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파고들었다. 한때 지지율을 15%까지 끌어올리며 3강 구도에 근접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다시 10% 이하로 밀렸다. 윤 후보가 내홍을 수습하며 1위로 복귀했다. 윤 후보는 ‘김혜경 파동’을 타고 지지율 격차를 벌였지만, 아직 살얼음판이다. 대선전은 이렇게 요약된다.

대선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는 중도층 표심과 직결된 야권 후보 단일화다. 아직 중도층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진보와 보수는 각각 35%의 안팎의 굳건한 진영 표가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30% 중·후반대의 지지율을 유지해온 배경이다. 거꾸로 15% 정도의 중도층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4자 구도선 지금쯤 45%를 넘겨야 대세 후보다. 3, 4위 후보가 10%를 가져간다는 가정하에서다. 지금 그런 후보는 없다.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 민심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30%후반대다. 40% 초반대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못 미친다. 야당의 내홍과 김건희 파동으로 윤 후보 지지율이 10% 떨어질 때도 반사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 후보는 결집한 진보진영 표에 갇혀 있다는 얘기다. 윤 후보도 동병상련이다. 윤 후보 지지율은 대체로 40% 초반대로 50%가 넘는 정권교체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윤 후보도 보수진영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 성패를 가를 변수다. 단일화는 양날의 칼이다. 성공하면 절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지만, 실패 땐 역풍이 만만치 않다. 단일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에 실패하거나 분열한 사례가 많다. 1987년 대선 때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겼다. 1997년 대선과 2017년 대선은 후보가 분열한 진영이 패했다.

단일화에 성공한 사례는 세 차례 있다. 1997년 대선 때 DJ는 DJP연대로 39만 표 차의 신승을 거뒀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절반은 성공한 사례다. 선거 전날 정 후보가 지지를 철회, 단일화가 깨졌지만 위기감을 느낀 친노 결집으로 노 후보가 승리했다. 어쨌든 단일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사례도 있지만, 무늬만 단일화였다. 두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막판에 안 후보가 사퇴했지만 문 후보는 대선에서 패했다. 실패한 단일화로 효과가 반감됐다.

윤-안 후보의 단일화는 노-정 단일화와는 사정이 다르다. 노-정 단일화는 이회창 후보에게 지지율이 크게 밀린 2, 3위 후보의 절박한 승부수였다. 어차피 단일화 실패 시 필패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극적인 단일화가 가능했던 이유다. 윤-안 단일화는 지지율 격차가 컸던 DJP연대나 문-안 단일화 때와 비슷하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8% 정도다. DJP는 공동정부 카드로, 문 후보는 안 후보 사퇴로 단일화를 이뤘다. 이번에도 결국 고민과 결단은 안 후보 몫이다. 윤 후보는 리스크를 안는 여론조사 경선을 애당초 받을 생각이 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안 후보가 이 카드를 던진 것은 단일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방증이었다.

결국 안 후보는 단일화 결렬과 완주를 선언했다. 투표지 인쇄(28일) 전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렇다고 단일화 자체가 물 건너간 건 아니다. 앞으로 안 후보 지지율 추이에 달렸다. 다시 15%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완주할 것이다. 이를 위해 TV토론 등에 사활을 걸 것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수가 윤 후보로 결집하는 상황이라 지지율이 더 밀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안 후보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3후보로서의 존재감마저 사라질 수 있다. 정권 교체 실패 시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배수진을 친 안 후보로선 선택할 카드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문-안의 실패한 단일화를 되풀이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안 후보로선 철군의 명분이 절실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고민할 포인트다. DJP연대에 버금가는 공동정부 구성 등이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단일화 효과가 반감된 상황이지만 박빙게임에선 여전한 변수다. 완주냐, 극적 단일화냐는 앞으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여론 추이에 달렸다. 정치는 생물이다.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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