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최근 100달러를 돌파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둔화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한은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가 언급했듯이 한은은 올해 2~3회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차기 인상은 4월 혹은 5월이 유력하다. 물가안정이 한은의 제1 목표인 만큼, 최근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당시 이주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이 얼마나 더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1.5%로 앞으로 한 차례 더 올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에 이를 것이란 시장 기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상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 후, 하반기 인상 속도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준 정상화 행보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차기 인상은 5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 이후에도 8월 혹은 10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 올해 기준금리는 1.7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지속, 코로나 위기 이전 대비 높은 물가수준,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경제 성장세 등을 기반으로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시도가 예상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내년 물가 상승률이 2% 내외로 안정되고, 가계 이자상환 및 기업 비용인상 부담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한 저항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어 금리 상승압력이 재부각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 기준으로 2.5% 이상의 기준금리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인플레이션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와 성장률이 각각 연 3%를 기록할 경우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는 연 2.5~2.6%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게다가 이 수치엔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률과 적정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는 3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하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겠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중장기 눈높이는 낮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대선 이후 추가 추경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1년 내 4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인상된 가운데 금리 인상 효과와 경기 불확실성 등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